'노사정 합의안 부결' 험로 걷게 된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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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합의안 부결' 험로 걷게 된 민주노총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7.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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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사퇴 "새로운 질서 만들자는 호소 막혔다"
"비정규직, 특수고용 권리 보장 안 된 합의안 막은 것" 주장도
한국은행 노조 "방향 맞지 않다" 탈퇴, 내홍 장기화 가능성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이 민주노총의 최종 부결로 성사되지 못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지도부들이 부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지도부가 공석이 된 가운데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도리어 합의를 깬 민주노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완전한 합의안이라 할 수 없었다'는 민주노총 내부의 주장이 나오지만 이번 부결 사태로 민주노총 내부 갈등을 드러냄과 동시에 '취약계층을 생각하지 않는 집단'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지난 23일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 최종안 승인 건'을 찬성 499명(38.27%), 반대 805명(61.73%)으로 부결시켰다. 이후 24일 김명환 위원장은 "투표를 통해 확인된 대의원 여러분의 뜻을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겠다. 예고 드린대로 임기가 5개월 남짓 남았지만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일 오전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을 열기로 했다. 노사정 합의 과정에서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 유지, 생계 소득,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을 주장했지만 재계는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 문제로, 기획재정부는 재정 건전성 문제를 들며 진통을 겪었지만 입장 차를 좁혀가며 이날 최종 합의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 강경파들이 김명환 위원장의 협약식 참석을 막으면서 결국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이날 협약식은 취소됐다. 강경파들은 김 위원장이 내부의 동의 없이 합의를 진행하고 합의안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합의문을 파기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합의 참여를 재논의했지만 추인이 계속 불발됐고 김 위원장은 대의원대회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부결이 된다면 자신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의 과정이 길어지자 한국노총은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시작은 민주노총이 했고 정부가 받아서 성사된 것인데 한 주체인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의 합의는 진행할 필요가 없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현장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실사구시에 기반에 논의 주체들이 나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열린 찬반 토론회가 반대 측의 불참으로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고 결국 표결에서 부결 표가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면서 김 위원장은 약속대로 사퇴를 했고 노사정의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지도부가 제안한 것은 최종안 승인만이 아니었다. 이를 디딤돌로 높아진 민주노총과 발언의 힘으로 취약계층, 사각지대의 노동자, 국민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자본, 노동의 책임을 다하는 실천으로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자 함이었고 노동운동의 숙원과제를 제대로 실현하는 시발점으로, 그리고 대한민국 최대의 공적 조직인 민주노총 혁신도 함께 제기하고 싶었다. 모든 노동자의 벗이 되는 진정한 대중조직으로, 나아가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길 지금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오로지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그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사실상 노사정 합의를 깨뜨린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노동자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스스로 저버리고 '밥그릇만 챙기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협력으로 해결하려하지 않고 취약계층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고용 안정'만을 생각하다가 결국 합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대화 파트너 역할도 밀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집행위원장은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합의안은 해고 금지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도 전속성(노동자가 수입의 50% 이상을 해당 업무를 통해 얻거나 업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는 것, 일정한 월 소정근로시간을 충족해야 인정) 문제 등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문구는 단 한 줄도 들어가지 않았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합의안 통과를 위해 내용을 왜곡해 설명했다. 취약계층 밥그릇을 걷어찬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발버둥친 결과"라며 합의안이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방향성이 맞지 않다"며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등 강성화에 대한 반발이 나오고 있어 지도부가 비어있는 민주노총의 내홍이 길어지면서 '노동자 대표 조직'의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귀족 노총'이라는 비야냥까지 받아야했던 민주노총의 험난한 길이 시작됐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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