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망신 주고 이기면 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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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망신 주고 이기면 뭐합니까?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7.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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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논쟁에서 이기면 얻을 게 많을까요?  잃을 게 많을까요?

큰 걸 얻을 것 같지만 승리의 전리품은 미미하고 의외로 잃는 게 훨씬 더 큰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논쟁에서 이긴 뒤의 결과가 그렇다니, 좀 의아해지시나요? 그러나 제 경험도 그렇고, 명확한 사실입니다. 다른 사람이 겪은 유사 사건을 한 번 보시죠.

데일 카네기가 파티에 참석 중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중 그 옆의 사람이 무슨 말 끝엔가 “인간이 아무리 일을 하려고 해도 최종적인 결정은 신이 내립니다. 물론 슬기로운 쪽으로요”라고 하며 성경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카네기가 아는 사실과 달랐습니다. 그것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대사였기에 즉시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하하! 그건 연극대사로 아는데요.”

성경이라 주장했던 사람은 핏대를 약간 세웠습니다. “선생이야 말로 잘 모르시는군요. 그 말은 분명 성경에 나옵니다! (고조된)여기 성경 없나요?!”

그런데 마침 그 자리에 완벽한 레프리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셰익스피어를 연구해온 프랭크 가몬드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죠.

그때 가몬드는 식탁 아래로 카네기의 다리를 툭 치면서 말했습니다. “데일, 자네가 틀렸네. 저 신사 분 말씀이 맞아!”
참석자들이 수군수군대기 시작했습니다. 카네기는 심사가 몹시 뒤틀렸습니다.

파티가 쫑을 치고 세익스피어 전문가 가몬드가 나오자 카네기는 대한민국 국회서 장관에게 호통 치는 성질 사나운 의원처럼 격하게 따졌습니다. “자네, 세익스피어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 맞아?! 그의 작품에 나오는 거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몰랐음 사퇴해!!”

여기서 가몬드의 능글능글한 대답 “하하하! 망신을 당했다 생각했나? 아냐! 인간사 최종적 결정을 내린단 말은 햄릿 4막 2장에 나와요.”

카네기 : 그런데 왜, 왜 내 편 아니 진리의 편에 서지 않았나? 엉?!
가몬드 : 그도 자네도 나도 그 즐거운 모임의 손님이었잖아. 왜 그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기어이 증명하려고 하나? 그가 자네를 좋아하게 될까? 왜 그 사람 체면을 세워주지 않나?
카네기 : 그래도 맞는 걸, 맞다 해야지...
가몬드 :  그는 자네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고 논쟁을 청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이미 그 사람과 논쟁 속으로 들어간 거야. 왜 좋은 시간을 망치려 들어?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닐까!

천하의 논리 정연한 카네기, 아는 거 많고 지기 싫어하지만 고쳐야 할 것이 있다고 크게 깨우쳤다는 겁니다.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논쟁으로 내 옳음이 밝혀졌어도 관계를 망쳐 버렸다면, 의미 퇴색...’

이제 제 경험 이야긴데, 자세히 소개하진 않겠습니다. 역시 어떤 모임에서 생겼던 일입니다.

제 순서, 의견을 재밌게 피력한다 싶었는데 누가 시비를 걸어오더군요. 때려 치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저런 무도한 놈이!! 흥분한 저는 그야말로 준엄하게 따졌습니다.

나중에 끝나고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한 분이 제게 말했습니다. “교수님이 그분보다 뭐로 보나 더 나으신 분이어서, 웃어넘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옳은 말씀 하시니...다른 사람들까지 슬슬 기던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아, 그랬구나. 평상시 낮고 빠르게 설정돼 있는 내 흥분임계점 세팅에 오히려 문제가 있었겠다 싶더군요. 작은 전투에선 철저히 이겼지만 큰 전쟁에서 패한 꼴? 이런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결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내가 논쟁서 이기긴 했어. 근데, 상대방 자존심을 긁어놨고, 상대 명예까지 실추시켰다면... 오히려 비열하고 잔인한 승리야. 내가 잃은 게 더 크니 사실상의 패배자야!’

진리보다 값진 것은 행복이라 믿고 살아야겠습니다.  

잘 따지는 사람, 말 잘하는 사람, 아는 거 많은 사람, 기타 잘 난 사람... 그 재주 잘 써야겠다는 말씀!!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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