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서진 난파선 마냥” 서울 강타한 집중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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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부서진 난파선 마냥” 서울 강타한 집중호우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8.0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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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부 호우전선, 수도권으로 북상
서울 동부간선도로·올림픽대로 전면통제
불어난 물살에 선착장 잠겨...“난파선 같다”
흙탕물로 변한 한강, 부유물 연안으로 밀려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쪽에 위치한 요트 선착장 서울마리나의 모습. 3일 새벽 몰아친 집중 호우로 간이 휴게소 등 시설물 일부가 불어난 물에 휩쓸렸다. 사진=현지용 기자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쪽에 위치한 요트 선착장 서울마리나의 모습. 3일 새벽 몰아친 집중 호우로 간이 휴게소 등 시설물 일부가 불어난 물에 휩쓸렸다. 사진=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한반도 남부지방과 충청 지역을 강타한 폭우가 수도권으로 북상했다. 3일 기상청은 서울·경기를 비롯한 강원도, 충청도, 경북 북부 등 한반도 중부지방에 대해 호우특보를 발효했다. 일부 지역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돌풍과 최대 시간당 100㎜ 규모의 폭우가 퍼붓고 있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밤께 다시 강한 비가 내릴 것이라

서울도 대전·부산이 입은 홍수 피해를 막고자 서울 동부간선도로 및 올림픽대로에 대한 전면통제를 시작했다. 한강 상류에 퍼부어진 호우가 팔당댐 방류량을 늘리고 한강·중랑천 수위를 상승시켰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한강 수위 상승에 따른 반포대교 잠수교 보행자 통행 또한 전면 통제됐다.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마포대교의 모습. 교량에 붙어있는 수위표로 7m까지 한강물이 불어난 모습이 보인다. 사진=현지용 기자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마포대교의 모습. 교량에 붙어있는 수위표로 7m까지 한강물이 불어난 모습이 보인다. 사진=현지용 기자

이날 돌아본 여의도 일대도 폭우에 의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뒤편에 위치한 요트 계류장 ‘서울 마리나’도 폭우로 휴게소가 쓸려가는 피해를 입었다. 한 시민은 휩쓸린 간이 휴게소의 모습이 “마치 암초 위 부서진 난파선”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당수 선착장 다리들은 불어난 물에 잠겼으며, 인도와 주차장 또한 흙탕물로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시민들이 산책과 조깅, 자전거타기로 자주 찾던 한강공원 보행로도 마찬가지였다. 여의도 연안을 따라 이어진 저지대 보행로와 가로수, 가로등은 불어난 물에 잠겼다. 특히 한강 조류를 타고 불어난 물에 휩쓸린 쓰레기 및 부유물들이 한강공원 연안으로 떠밀려 고이는 모습도 보였다.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공원으로 나온 시민들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공원으로 나온 시민들의 모습. 사진=현지용 기자

서강대교 인근의 경찰 및 119도 불어난 한강물로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한강 위 선착장으로 사무실을 둔 한강 파출소, 119 여의도 특수구조단도 이날 한강 수위 상승에 따른 관련 업무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수상 사무실이 조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볼라드에 묶어둔 홋줄 또한 불어난 물로 평소보다 느슨해진 모습을 보였다.

여의도 한강공원 캠핑장에는 평소보다 재갈매기들이 많이 목격됐다. 흙탕물로 변한 한강 때문에 먹이를 찾지 못한 새들이 갈 곳을 잃은 것이었다. 즐겨 찾던 공원이 흙탕물로 잠기자, 인근 주민들도 빗발이 주춤한 낮에 잠시 이곳을 거닐었다. 여의도에 사는 70대 A씨는 “밤새 비바람이 무섭게 불었다. 태풍 때 물이 불어난 건 봤어도 이 정도는 놀랄 따름”이라 말하기도 했다.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강대교 밑 한강변 산책로의 모습. 집중 호우에 따른 한강물 범람으로 여의도 연안 일대의 산책로가 전부 물에 잠겼다. 사진=현지용 기자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강대교 밑 한강변 산책로의 모습. 집중 호우에 따른 한강물 범람으로 여의도 연안 일대의 산책로가 전부 물에 잠겼다. 사진=현지용 기자

이날 반포대교 잠수교 수위는 한 때 8m를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대교에 이르자 다리 기둥에 붙은 수위표도 7m까지 물이 차오른 모습을 보였다. 대교 밑에 걸린 현수막이 물속으로 잠길 만큼 물이 넘치는 건 아닌지, 일부 시민들은 근처에 모여 다리변을 구경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일 서울에서는 강남역 맨홀 역류로 침수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물난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중부지방으로 올라온 호우 전선이 서울 한복판과 저지대까지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히는 것 아닌지, 시민들의 불안은 굵어지는 빗줄기만큼 커지는 분위기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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