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지하철 광고, '목소리 귀 기울여야' vs '일반인 생각 안 한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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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지하철 광고, '목소리 귀 기울여야' vs '일반인 생각 안 한 행동'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8.04 15: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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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성소수자 얼굴로 꾸며
광고 훼손 20대 "성소수자가 싫어서 그랬다", 지난 3일 재게시
연대 메시지와 함께 '대놓고 혐오유발' 비판도 나와
지난 3일 재게시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광고. 사진=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지난 3일 재게시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 광고. 사진=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페이스북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설치된 '성소수자 지하철광고'를 놓고 인터넷상에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이 광고를 훼손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고 연대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이 훼손된 자리에 붙여졌으며 결국 재게시가 이루어진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인터넷상에서는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훼손하지 말고 들어줘야한다'는 의견과 '일반 사람들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31일 신촌역에는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IDAHOBIT) 공동행동'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들의 사진으로 문구를 만든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광고가 붙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지난 2일 누군가에 의해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다.

공동행동은 훼손된 자리에 포스트잇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했고 3일 훼손됐던 광고를 다시 게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연대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다시 훼손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재물손괴 혐의로 검거된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성소수자가 싫어서 그랬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성소수자를 싫어하는 이유가 '종교적인 이유'였으며 포스트잇 훼손은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 2일 발표한 논평에서 "지하철 광고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기념하며 계획됐으며 성소수자들이 자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후원하며 제작한 광고는 공동체의 성과였다. 일상 속에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는 함께 평등의 가치를 높이며 공존을 모색해보자는 제안이기도 했다"면서 광고를 게시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광고를) 심하게 훼손한 것은 성소수자에게 공공장소에 드러내지 말라고 위협을 가하고 혐오를 과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형법상 재물손괴일뿐 아니라 명백히 성소수자 증오에 기인한 폭력이고 범죄다. 공공장소에 광고도 걸지 말 것을 강제하는 이들의 폭력행위는 그 자체로 성소수자의 삶에 인권과 평등이 보장되어야하는 시급한 이유임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무지개행동은  3일 광고 재게시를 맞아 발표한 논평에서는 "광고는 8월 한 달간 게시된다. 우리는 함께 서로의 안녕을 지키며 권리를 요구하겠다. 우리는 함께 모여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안전을 보장받고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폭력과 증오에 반대하는 우리의 염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으로 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성소수자들이 직접적으로 자신들을 알리며 성소수자의 인권 존중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포스트잇 등을 통해 '성소수자 혐오가 없는 세상을 바랍니다', '광고를 찢어도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당신의 곁에도 존재할 수 있는 성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남기며 성소수자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인터넷 상에서는 '일반인들의 기분을 생각하지 않은 멋대로의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이해해달라'고 하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결국 성소수자들 스스로 일반인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혐오'를 자신들이 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댓글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말아달라는 것은 당연한 권리고 외침이지만 '일상 속에 있으니 받아들여라'라고 하는 것애 대해서는 대놓고 혐오유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혹시 자신도 모르게 차별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까지 적으로 돌리는 무리수를 두지 않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 광고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난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성소수자 광고'를 둘러싸고 이처럼 여러 목소리가 나오면서 자연히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반에 대한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해야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성소수자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다는 점이 이번 논쟁을 통해서 다시 드러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반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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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anda 2020-08-15 22:48:05
기자님, 제목에서 일반인과 비일반인을 가르신 기준이 무엇인가요? 또한 누군가가 저에게 혐오감을 느낀다면 저는 밖을 돌아다닐수도, 제 스스로를 당당히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일까요? 그저 누군가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었다 라고 저 상황을 합리화 하기에는 인종문제, 장애인문제, 성소수자문제 등 너무나 많안 인권 문제들이 얽혀있다는 생각 안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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