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하느님, 참 원망스럽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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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하느님, 참 원망스럽소!!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8.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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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전남 구례군 구례읍. 사진=구례군
물에 잠긴 전남 구례군 구례읍. 사진=구례군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인류가 함께 겪는 재앙의 고통이니, 어떻게 나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생활 어렵다고 징징대겠습니까? 허나 힘겨운 거 사실이고, 누구 한 사람 보고 싶어 그저 사무치기만 합니다.

대다수 직종 사람들, 경제활동 급추락해 수입이 형편없어졌거나 숫제 0이어서 땟거리 구하기조차 막막합니다. 그만 하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위생수칙 잘 지킨 사람도 이 고약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지기가 부지기수이니까요. 거기다 하늘은 비가림막을 아예 열어버렸는지 연일 폭우가 쏟아집니다. 

헛헛 마른 웃음만 나옵니다. 언제 적 하느님인가, 건망증 아주 심해진 모양이다. 여기 저기 갈 곳 많아 하늘을 자주 비워야겠지만 수도꼭지 잠그지 않고 외출한 게 분명하다라고요.

제 고향은 남쪽 지리산 아래 ‘구례’, 비록 작지만, 공기 좋고 물 맑고 산천경개 수려하며 사람들까지 순박한 고을입니다. 화개장터와 이웃한, 이 산촌 시골이 주요뉴스에 수도 없이 등장했습니다. 헬기나 드론으로 찍었는지, 부감을 보니 아예 수중도시가 되고 말았습니다.

1주 뒤에 거길 가려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고향사람들이 절 불러줘, 구례군청 직원들과 군민들 상대로 ‘김재화 특별강연회’가 잡혔던 거죠. 제 주 수입원인 강의가 완전 사라지진 않았지만, 이거 모처럼 만인데 말입니다.

조금 전, 군청 담당직원이 고르지 못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습니다. "이 난리통에 강연회, 곤란한 상탭니다. 연기해얄 거 같습니다!"
   
이런 재해들이 극성이다 보니 불편도 내성 쌓이고 허탈감마저 초월상태에 이른 걸까요? 이런 넋두리를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지구가 조용해졌고, 공기가 깨끗해 졌다. 가정과 가족이 소중한 것을 알았다. 입에 재갈을 물리니, 과묵해 졌다. 안할 소리는 진짜 안 한다. 모두가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남 탓이 줄었다. 겪을 일이다.’

앞서 말한 애달프게 보고 싶은 한 사람은 제 친동생입니다. 지금도 바로 코끝 매워오고, 꼭 공개할 일인가 싶어 주위에 알리는 것도 꾹 참았었지만 털어놓습니다.

1년 반 가량을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다가 열흘 전쯤 호스피스병동으로 갔습니다. 거기서도 더러 살아나오는 사람 있단 소리 들어, 반의 반 가닥 희망을 걸었는데, 동생에겐 미처 하느님의 은총이 닿지 않는군요. 어젯밤에 이승의 마지막 자리가 될 1인실로 옮겨지고 말았습니다.  

동생을 못 본 지가 한참 됩니다. 면회 방법이 없습니다.

혹시나 모를 감염 걱정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병원 측에 해외뉴스서 보듯 멀리 창 넘어서라도 볼 수 없냐니까 안 된단 단호한 대답이 전부입니다. 아우의 아내가 울며불며 사정해도.

코로나, 수재로 귀한 생명 잃은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더구나 병원에선 죽음이 일상의 하나일 텐데, 내 동생만 두고 따질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속만 타다가 숯이 돼버린 거 같습니다.

그곳 가는 길 배웅도 좋은 의식 아니겠습니까. 허나 쓸쓸하게 떠날 내 동생 생각하니 한없이 애잔할 뿐입니다.

후회가 많이 됩니다. 왜 좋은 말을 제대로 못해줬을까? 고생고생 끝에 사업으로 살림 좀 피자 ‘구차한 서생’인 형에게 갸륵하게도 돈 쓸 곳 여러 군데 살펴줬는데, 난 뭘 해줬나? 고맙단 말이라도 간곡히 했나?            

마음 진정 안 돼 이 글, 제대로 쓸까 생각했는데, 쓰긴 했군요.

지금 곁에 있는 사람, 특히 가족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야겠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저 이상으로 부족하다는 회한이 들 겁니다만...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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