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날’ 만들어도...올해만 숨진 택배노동자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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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는 날’ 만들어도...올해만 숨진 택배노동자 9명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8.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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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채원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택배노동자들의 노동문제가 깊어지는 가운데,  14일인 오늘 ‘택배 없는 날’이 처음으로 실시된다. 반면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은 미비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통합물류협회와 CJ대한통운·한진·로젠·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대형 택배사들은 전국택배연대노조의 노동 개선 요구를 수용해,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하고 택배 배송을 휴무키로 하는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도 동참해 14~17일 기간 동안 배송을 휴무한다.

이번 택배없는 날 지정은 국내 위탁 택배서비스가 도입 된지 28년 만에 택배기사들에게 주어지는 첫 평일 휴일이자,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일해 온 택배기사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조치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택배기사는 아파트 택배 갑질부터 과로사까지 필수적인 휴식권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여기에 올해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물류센터 집단감염 사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늘어난 ‘물량폭탄’ 같은 참담한 노동 환경 한가운데에 놓여있다.

이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도중 숨져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택배노동자는 9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7명이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택배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로,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숫자까지 감안한다면 더 많은 수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택배없는 날 지정을 통해 택배노동자의 휴일 정례화 및 대체휴일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택배노동자 건강 관리 지원 및 서면 계약 준수 등 택배노동자 노동권을 개선할 것이라 덧붙였다.

하지만 실상은 반쪽짜리 선언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야시간 배송 문제에 대해 선언 조항은 ‘지속적으로 심야 배송이 이뤄질 경우 적정한 휴식시간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라는 모호한 표현의 부속 조항으로 처리돼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택배 물류센터에서 벌어지는 수당 미지급, 안전사고 문제도 여전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적발된 노동관계법 위반은 총 243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은 14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택배업계의 택배노동자 평일 휴일 지정은 택배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상징을 의미한다. 달리 보면 1년 중 단 하루라도 숨통을 트일 필요가 있다는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현실에 대한 진단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택배 없는 하루만큼 택배노동자에 대한 더욱 개선된 노동조건이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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