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옆에 친일파가?' 힘 실리는 '친일파 파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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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옆에 친일파가?' 힘 실리는 '친일파 파묘법'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8.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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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9명 친일 인사 안장, 여당 중심으로 '친일파 파묘' 나와
미래통합당 등 보수단체 "부관참시, 보복" 반발
김원웅 "'전범 졸개들 묻힌 곳 참배한 너희들이나 잘하라'말 들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상훈법, 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 사진=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상훈법, 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 사진=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친일 청산'을 내걸고 국립현충원에 있는 친일파 인사들의 무덤을 '파묘'(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파묘를 주장하고 국회 법안까지 발의한 가운데 보수층의 반대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지만 늦게라도 독립유공자들이 잠들어 있는 곳에 친일 인사들이 있다는 문제를 고쳐야한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국립현충원에 묻혀 있는 친일 인사들은 총 69명이며 초대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지만 독립군 토벌에 앞장서며 일본에 충성 맹세를 했던 이응준, 일본군 출신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묻히겠다'는 충성 맹세까지 했고 광복 후 4대 국방부 장관을 지낸 신태영 등 국가가 공인한 친일파들도 여전히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지난 5월 운암김성숙기념사업회는 국립현충원에서 '2020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여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까지 여러 번 시도했지만 '친일파 파묘' 법률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친일파를 현충원에서 파묘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친일파 파묘를 거론했고 기념사업회도 파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때마침 이때는 6.25 전쟁 영웅으로 알려졌지만 일제 시대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무력으로 진압한 것에 앞장서며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백선엽의 국립현충원 안장 문제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던 중이었다. 이 상황에서 친일파 파묘 주장이 제기되자 보수단체와 정당 의원들은 "역사를 뒤집는 행위이자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7월초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나 서훈이 취소된 사람을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도록 하는 '친일 행위자 파묘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국가보훈처장이 친일 반민족행위를 한 사람이나 상훈법에 따라 서훈의 취소된 이의 유골이나 시신을 국립묘지 이외의 장소로 이장하도록 명할 수 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친일 행위나 서훈 취소를 알리는 안내판을 묘역에 설치하도록 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리고 7월 10일, 백선엽이 별세하자 안장 문제를 놓고 또다시 공방이 벌어졌고 결국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광복절을 앞둔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상훈법, 국립묘지법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강창일 전 의원은 "백선엽이라는 사람이 현충원에 안장됐다는 것은 해방된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헌법 가치를 모독하는 것이고 민족 정체성을 혼란시키는 사태"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만약 21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처리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을 욕하라"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또 "원혼이 중간에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허공에 맴돈다고 한다. 국립묘지에 원수들이 있는데 독립유공자, 애국선열, 순국지사들이 저승에서 있을 수 없다"며 독립유공자들 옆에 친일파들이 묻힌 현실에 대해 개탄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파묘법을 밀어붙이려는 모습에 대해 미래통합당 관계자들은 "부관참시"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근식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친일논란을 이유로 무덤을 파내겠다는 것은 왕조시대 부관참시와 같은 반인권적 발상이며 역사적 적개심을 내세워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정치적 동원"이라고 비난했고 이언주 전 의원은 "자유대한민국의 수호자를 이렇게까지 욕먹인다는 것에 눈물이 난다. 이것은 패륜이다"라고 역시 비난의 글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15일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서울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있다. 해방 후 군 장성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자다. '조선청년의 꿈은 천황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야스쿠니신사에 묻혀 신이 되는 것이다' 그가 한 말이다. 이런 친일반민족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웅 회장은 또 "노무현 정부 당시 일본의 정치인을 만나 독일처럼 진심으로 과거청산을 하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일본 정치인은 '국립현충원에는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전범, 그 전범의 졸개들이 묻혀있더라. 당신들은 왜 그곳을 참배하는가? 우리더러 과거청산하라 하지 말고 당신들이나 제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들과 미래통합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숨겨졌던 친일 행적들이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면서 '파묘론'에 조금씩 힘이 실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과 이로 인한 '일본 불매운동'의 효과가 1년이 넘게 지속되면서 일본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서는 친일 청산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이 형성이 되면서 친일파 이장이 현실로 다가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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