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온상' 된 대형교회 "이웃사랑 다시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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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온상' 된 대형교회 "이웃사랑 다시 돌아봐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8.1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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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 다녀온 확진자들 급증, 전국으로 퍼져
여의도순복음교회도 확진자 발생, '예배 강행'에 지역주민 불안감
"불안감 조성, 자제 필요" "종교탄압" 논쟁 여전
17일 오후 사랑제일교회 앞.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특히 서울 성북구의 사랑제일교회 신도들로 인한 집단감염에 이어 세계 최대 교회로 불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교회가 '코로나19의 온상'이라는 지역사회와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312명으로 늘었다고 밝히면서 사랑제일교회 명단이 부정확해 모든 교인들을 찾아 격리하는 데 어려움이 매우 크고,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교인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양성률은 16.1%에 달한다.

8월 17일 오전만 봐도 경북 상주에 거주하는 67세 여성, 강원도 원주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전북에 사는 60대 여성과 30대 여성이 모두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경기도 가평군 육군 부대에서는 영내를 출입하는 민간인 업자에 의해 병사 2명이 양성 판정을 받고 이 업자와 밀접 접촉한 인원 110여명이 1인 격리됐는데 이 업자도 사랑제일교회를 다녀간 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의정부시 거주민 1명도 사랑제일교회에 다녀온 확진자와 접촉한 후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후에는 안양에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발생하고 신천지 신도들로 인해 코로나19가 퍼졌던 대구에도 사랑제일교회 관련해 2명이 양성 판정을 받는 등 단 하루동안에 전국적으로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확진자가 최소 10여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는 30대 교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와 접촉한 충북 거주 2명이 감염됐으며 현재 경기도민 1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들이 찬양대 연습 등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확산이 되자 그동안 정부가 '고위험시설'로 지정할 때마다 '종교 탄압'이라고 맞섰던 한국 기독교계가 위기를 맞게 됐다. 예배를 지속해야하고 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형교회에서 잇달아 확진자가 나오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서울 동안교회, 명성교회, 왕성교회 등 종교시설이 잇달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확산세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7월 "감염이 계속된다면 불가피하게 종교시설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하고 강력한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후 교회는 여름성경학교, 수련회 등 코로나19 감염의 가능성이 높은 여름 행사를 취소했고 교회 내 음식 취식, 기도회 및 소모임 등을 취소하며 성가대나 찬양단을 세우지 않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온라인 예배 병행과 함께 발열이 있는 신도나 노약자의 경우 온라인 예배로 대체할 것을 권장했고 온라인 헌금도 마련했다.

하지만 문제는 교회 단체들이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권고'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교회가 이를 무시해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 방송장비가 없고 면적이 적은 소규모 개척교회들은 예배 문제와 함께 운영난까지 겹치며 코로나 방역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결과를 맞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 참여와 더불어 이전부터 정부의 시책에 반발하며 각종 기도회 및 소모임을 계속해왔고 신자 간 거리두기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도들이 검사에 임하지 않고 교회 측이 명단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등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많은 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방역을 철저히 준수한다고 했던 여의도순복음교회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3단계 거리두기가 조금씩 언급되는 상황까지 일어나면서 '교회가 K방역을 망가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정부 수칙을 지켜가며 조심스럽게 예배를 진행했던 교회들마저 '코로나 온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됐다. 반면 몇몇 성도들은 이 역시 '종교탄압'이라고 맞서며 절대 예배를 금지해서는 안 되고 사랑제일교회에 책임을 뒤집어씌워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지역주민은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런 시기에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굳이 강행을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이웃들이 피해를 겪고 불안해하는데 자기들 믿음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불안감을 주면 안 된다"며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2주 동안만이라도 예배 및 모임을 자제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교회 성도는 "식당이나 유흥시설 등은 확진이 되어도 폐업이나 휴업을 시키지 않고 그대로 장사를 하게 하는데 교회만 유독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기독교를 탄압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기도를 해야하는데 마치 교회만 마녀사냥하는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이 문제는 '종교가 이웃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종교의 근본적인 문제로까지 나아가며 기독교가 원래 추구했던 '이웃사랑'을 한국 기독교가 스스로 버렸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교회에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아가 한국 기독교계가 '이웃사랑'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야한다는, 기독교계의 반성과 성찰로 나아가야한다는 게 많은 이들의 의견이다. 

한편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7일 "코로나19 재확산의 중심에 교회가 있음을 참담한 심정으로 인정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깊은 사죄의 뜻을 밝힌다"면서 "한국교회는 생명의 안전과 구원을 위해 자기 비움의 길을 걸어야한다"며 사죄와 변화의 입장을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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