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지상파 메인뉴스 수어통역 실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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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지상파 메인뉴스 수어통역 실시의 의미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8.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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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이 제공되는 KBS 아침뉴스. 9월 3일에는 메인뉴스인 'KBS 뉴스9'에 수어통역이 제공된다. 사진=KBS 방송 캡처
수어통역이 제공되는 KBS 아침뉴스. 9월 3일에는 메인뉴스인 'KBS 뉴스9'에 수어통역이 제공된다. 사진=KBS 방송 캡처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 10일 KBS가 '깜짝 발표'를 했다. 방송의 날인 9월 3일부터 메인뉴스인 'KBS 뉴스9'에 수어통역을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KBS는 ‘수어통역 등 청각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TV 화면의 제약으로 수어통역 제공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다’ 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KBS가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하겠다고 밝힌 며칠 후 MBC도 'MBC뉴스데스크'에 수어통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의 'SBS 뉴스8'도 마찬가지다. KBS가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실시한다 했으니 MBC와 SBS도 9월 전후로 수어통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메인뉴스의 수어통역 실시 결정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장애벽허물기’라는 단체가 방송사에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수용하지 않자 이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했다.
 
차별진정 이후 인권위원회는 지상파방송사에게 권고를 했다. 인권위는 '지상파방송사들이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이 없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으며 더 나아가 한국수어법 등 장애인관련 법률에 따라 차별이라고 했다. 즉, 지상파 방송사들의 수어통역 결정은 인권위의 권고에 따른 조치들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마다 전체 방송프로그램의 7~8%내외의 수어통역 방송을 하며 보도 프로그램에도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애벽허물기가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있었다. 메인뉴스는 하루의 주요 내용이 보도하고 있고, 지상파라는 공공재의 방송이므로 누구나 다 볼 권리가 있다는 것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송사들은 메인뉴스 수어통역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메인뉴스 특성상 집약적인 화면구도로 수어통역이 어렵다는 게 주이유였다. 화면에 수어통역이 들어가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정부 브리핑 수어통역 등으로 수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수어통역이 늘면서 수어가 들어간 방송화면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었다. 여기에 ‘한국수어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으로 장애인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졌다. 과거와 다른 점들이다. 

지난 8월 초 미국 농아인단체(The National Association of the Deaf)가 미 백악관(The White House)을 고소했다. 백악관에서 진행하는 코로나19 브리핑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장애인 방송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늦게 장애인 방송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장애인 서비스는 짧은 기간에 선진국 못지않게 발전했다. 우리나라가 실시 예정인 지상파 방송 수어통역을 외국 방송사는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지상파 방송의 수어통역 실시는 코로나19 수어통역에 이은 선진적인 모습이다.
 
국내의 입장에서도 메인뉴스 수어통역 실시로 누구나 다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농인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농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다. 한국수화언어법에 명시된 ‘한국어와 동등한 한국수어’가 실효성을 얻었다는 의미도 있다.

지상파방송 메인뉴스의 수어통역은 방송에서 기록할 만한 사건이다. 하지만 이런 상징성만이 아니라 농인 시청자의 시청권이 질적으로도 높아졌으면 한다. 

그리고 방송 수어통역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되고, 발달장애인 등 방송 소외계층의 접근권도 확대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한 세상으로 한발 더 나아갔으면 한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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