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예배 거부하는 보수 기독교계, 예배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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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예배 거부하는 보수 기독교계, 예배의 의미는?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8.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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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연 "공권력 남용, 징벌적 조치" 문자 메시지에 "우리가 책임진다"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불안감 커져, '집단 이기주의' 비난
"모이는 예배 벗어나 '공동체 의식, 생활 속 실천' 더 중요" 지적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된 한 교회의 예배 실황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된 한 교회의 예배 실황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서울 사랑제일교회에서 촉발된 코로나19가 수도권 일대는 물론 전국적으로 재확산되는 모습이 보이면서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수도권 지역 교회를 대상으로 '비대면 예배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계가 '비대면 예배는 예배라고 할 수 없다'며 대면 예배를 끝까지 고집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집단 이기주의', '교회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이에 보수 기독교계는 '예배는 지켜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비대면 예배는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현장 예배에는 목사와 소수의 중직자들만 참석하고 나머지 성도들은 모두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도록 한 것이다. '집에서도 예배가 가능하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태도가 흐트러진다', '성도들을 만날 수 없다'며 불편함을 호소한 이들도 있었다.

방송시설을 갖추지 못한 소규모 개척교회들이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을 맞기도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포스트 코로나' 이후 특정한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는 성도들도 모을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예배가 될 것이라는 희망어린 전망도 나왔다. 이후 거리두기 대책이 완화되면서 비대면 예배가 축소됐지만 최근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가 터지고 교회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비대면 예배가 다시 시작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보수 기독교 단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19일 '한국교회와 정부를 향한 호소문'에서 "기독교에서 예배는 구원받은 성도들의 영적 호흡이요, 생명의 양식을 공급받는 통로인데 일방적으로 중단하라는 것은 교회들이 겨우 숨쉬고 있는 산소호흡기를 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성도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한교연에 소속된 교단과 단체는 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지역 교회의 예배금지 명령을 받아드릴 수 없다"면서 "우리는 생명과 같은 예배를 멈추어서는 안되며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은 한교연이 함께 지겠다"며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를 본 시민들은 "교회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이익만을 챙긴다"며 이들을 비판하고 있다.

한교연은 "비대면 예배, 즉 온라인 영상예배를 드릴 수 없는 여건과 처지의 교회가 부지기수인데 이를 외면하고 무조건 대면 예배를 금지한 정부의 조치는 공권력 남용이자 몇몇 교회의 사례를 한국교회에 전가하는 징벌적 조치나 다름없다. 한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모든 식당을 폐쇄할 수 있는가"라면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는 신앙의 자유가 침해당해 하나님을 대적하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교회의 성도는 "언제부터 그들이 열악한 환경의 교회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정부에 미리 상황을 전하고 이들도 비대면 예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하거나 어느 정도 제한을 풀어달라는 제안을 했어야하는데 노력도 하지 않고 이를 빌미로 정부 시책을 따르지 않겠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시대의 변화 속에서 '예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웃들에게 불안감과 피해를 주면서까지 대면 예배를 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형식적인 예배에 공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생활 속에서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예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에서 "비대면시대에 최적화된 교회 공동체의 삶과 사역의 패턴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흩어지는 교회'로서의 그리스도인의 존재 자체가 복음의 메시지가 되어 세상에 전파되도록 해야한다. '모이는 교회'의 시공을 위해 투자되던 자원이 '흩어지는 교회'의 삶의 현장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이웃과 자연의 생명의 안전과 구원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재구성되어야한다"고 밝히면서 비대면시대를 맞아 예배에 대한 관념이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형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은 지난 5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회는 집이 아니라 공동체의 개념이었고 그 초기의 정신을 회복했다는 것이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변화다. 그동안 교회와 멀어진 이들이 비대면 예배를 통해 공동체에 속해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면서 "꼭 예배당이 아니더라도 예배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를 확장하면 교회가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면예배 문제와 이를 강행하려는 보수 기독교계를 향한 비난은 결국 '진정한 예배'란 무엇인가를 목회자들, 그리고 성도들, 그리고 종교를 믿지 않는 자들이 한 번쯤은 고민해야할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계가 지나치게 형식적인 예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먼저 현 상황에 대해 참회하고 회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지역주민의 아픔을 함께 치유해가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을 이제 성찰할 때가 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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