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최장수 총리' 영광, 돌파구 없는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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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최장수 총리' 영광, 돌파구 없는 아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8.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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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상설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와, 50% "사임해야"
경제문제, 한국 수출규제 실패, 개헌 지지부진 등 겹쳐
분위기 반전 카드 아직 없어, '총리 유지' 더 걱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P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P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재임 2799일을 맞았다. 전후 일본 총리 중 가장 재임일수가 많은 총리가 된 날이지만 현 상황은 긴 재임기간보다는 '언제 물러날 것인가'가 더 궁금한 상황이다. 코로나19 문제와 더불어 자신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면서 '아베 천하'가 곧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17일 아베 총리가 도쿄에 있는 한 대학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총리실은 '통상적인 건강검진'이라고 밝혔지만 아베 총리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설이 떠돌던 상황에서 병원을 찾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6년 총리직에 올랐지만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되면서 중도에 하차한 적이 있다.

이후 24일 또다시 병원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건강이상설이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추가 검사를 받으러 간 것이다. 매일 뵙고 있는데 건강엔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건강 문제가 자꾸만 불거지면서 일본 국민들은 '사임'과 '연임' 둘로 나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23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26%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24%가 '연내에 그만두어야한다'고 답해 50%가 아베의 사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까지는 계속했으면 좋겠다'가 26%, '가능한 계속 총리직을 수행했으면 한다'가 23%로 나와 49%는 연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밝혀져 일본 내 여론이 절반으로 나뉘어져 있음을 시사했다.

아베 내각은 현재 엄청난 내환을 겪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의 미숙한 대처다. 지난 7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아베 내각은 '여행장려 프로그램'을 강행했고 이는 곧 확진자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지난 8월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5.4%로 2기 내각 출범 이후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고 아베 정부의 노력에 대한 평가는 단 26%만이 '평가한다'고 압했다.

경제 문제도 아베 내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일본의 2분기 국내 총생산은 -27.8%인 485조엔을 기록해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500조엔 밑으로 내려갔다. 일본 다이와 종합연구소는 "올 4분기 국제적으로 코로나19가 재폭발해 다시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를 선언한다면 실질적인 성장률이 -9.3%까지 주저앉을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정치 상황도 아베에게 유리하지 않다. 아베 총리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고 헌법을 고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하지만 올해 국회 중의원에서 헌법심사회 자유토론이 1번 열린 것 외에는 개헌 작업이 지지부진하며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합당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개헌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아베가 후쿠시마 원전 폭발 피해 극복과 '방사능 오염없는 청정한 국가'임을 보여주기 위해 유치했던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개최도 현재로는 불투명하다. 코로나19로 내년으로 미루어졌지만 내년에 개최될 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며 '방사능'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연기되거나 취소될 경우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은 아베 정권의 아킬레스 건이기도 하다.

이밖에 과거사에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여전히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오히려 일본 경제에 손해를 미치는 등 계속되는 '판단 미스'도 아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고 있다. 도쿄신문은 20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종전일(8월 15일) 인사말에서 아시아 여러 국가에 대한 '가해와 반성'도, '역사의 교훈'도 언급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역사와 마주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신뢰를 해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최장수 총리'가 됐지만 오히려 지금은 총리직 유지를 더 걱정해야하는 처지이기에 일본 내에서도 축하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현 시국에서 아베 총리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확산되고 수출규제도 더 이상 일본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임기를 채울 지, 아니면 결국 물러날 지 일본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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