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노조’ 굴레벗은 전교조의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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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굴레벗은 전교조의 숙제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9.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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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노조 존재 부정, 노동3권 제한” 원심 파기
전교조 “해고자 복직, 노동3권 보장” 요구 “정부 사과해야”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요청 기각, 국회 법 통과 여부 등 변수 남아
지난 3일 대법원의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 판결이 나온 뒤 전교조 조합원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난 3일 대법원의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 판결이 나온 뒤 전교조 조합원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대법원이 지난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7년간 노조로 인정받지 못했던 전교조가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취소 절차를 빠른 시일내에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해고자 복직, 교원 및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 등 해결해야할 숙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2013년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조합원 중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 9명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했다. 법외노조가 되면 법적으로 노조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게 되며 교육부와의 단체교섭을 하지 못하는 등 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전교조는 “해직 교원이라는 이유로 노조에서 강제로 탈퇴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단결권 및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법원에 냈지만 1심과 2심 모두 ‘고용노동부의 통보는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교원노조의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고용노동부의 처분은 교원노조법에 적법하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었다.

또 헌법재판소는 2015년 “교원이 아닌 사람을 조합원 자격에서 배제하는 것이 단결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며, 교원이 아닌 자가 조합원 자격을 가질 경우 교원노조의 자주성에 대한 침해는 중대하다”며 법외노조 통보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3일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한 지위 박탈이 아니라 노조로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아니한 사항에 관해 법률의 구체적으로 명시적인 위임이 없음에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에 대한 본질적인 규정을 제한한 것임으로 법률 유보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해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국정원에서 전교조의 ‘해직자 노조 가입 인정’ 규약을 이유로 ‘불법단체화를 적극 검토해야한다’는 보고가 나오자 고용노동부가 시정명령을 내렸던 전례가 있었고 박근혜 정부 당시 ‘법외노조 통보’를 단행한 점에서 ‘정치탄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으며 1심과 2심이 각각 2014년, 2016년에 나온 점에서 ‘사법농단’의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판결이 나온 후 전교조는 “대법원의 판결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의 위헌, 위법성에 대한 확인이며 행정부처에 의한 ‘법외노조’란 존재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면서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에 대한 노조아님 통보를 즉시 취소하여야 하며, 법외노조 탄압으로 인한 모든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원상회복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34명에 대한 즉각적인 원직복직 조치 실행 △해고된 모든 전교조 조합원들에 대한 전향적 복직 조치 진행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전향적 조치 및 해고자 원직복직 등 원상회복 조치 진행 △교원-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정부에 요구했다. 참고로 앞에 나온 '34명'은 2016년 2심 판결이 나온 직후 교육부가 전임자들에게 학교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해 결국 직권면직된 조합원들의 숫자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어제 대법 판결 후 교육부가 법외노조 조치 당시 취했던 후속조치를 철회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에 이후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해직교사들의 빠른 복직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노조로 인정받았기에 단체교섭이 가능해졌다. 34명의 해직자 복직 문제는 어렵지 않게 타결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어 “날이 갈수록 학교 교사들에 부과되는 업무가 굉장히 과중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 외에도 업무들이 굉장히 많다. 이들을 줄여가지 않으면 교사들이 정말 자긍심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임하기 어려운 조건이고 그래서 해마다 7000명의 교사들이 스스로 학교 현장을 떠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해서라도 업무를 줄이고 교사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고 단체교섭에 들어가게 되면 이를 가장 먼저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기존 헌법재판소의 결정, 법원의 1, 2심 판결과 배치되는 선고라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며 특히 정치적 상황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고, 법치주의마저 흔드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는 “이번 판결로 행정부의 법목적 달성을 위한 정당한 조치를 무효화해 법의 집행력을 무력화시킨 점이 유감스럽다. 정부는 적법한 노조설립 신고 이후 결격 사유가 발생한 불법노조에 대한 행정 조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가 제시한 방안들이 이번 노조 인정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이 노조로 인정을 했지만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즉각 정지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다.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은 지난 3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안타까운 것은 오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것이 아니다. 대법원이 ‘원천 무효’가 아니라 파기환송을 했기 때문에 몇 개월이 있어야만 취소 판결이 나올 것이고 정부가 상고를 포기해야 확정이 된다”면서 복직이나 배상 등을 얻으려해도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고자, 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 허용과 교원노조법 개정 등이 모두 국회의 통과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노조 가입 범위 허용의 경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법으로 보장을 하려하고 있지만 재계와 보수 진영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심의 과정에서 계속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전교조 측은 ‘법외노조’의 굴레를 씌운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물론 이 문제를 3년을 미뤄온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사과와 함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해직자 복직 문제와 더불어 국회에 공이 넘어간 법안 개정까지 진통 없이 해결될 지 앞으로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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