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개최 불투명’ 서울퀴어문화축제, ‘온라인 연대’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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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개최 불투명’ 서울퀴어문화축제, ‘온라인 연대’로 가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9.0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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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개최’ 발표했지만 코로나19 확산, 광장 제한 연장 벽에 부딪혀
청와대 ‘개최 반대’ 국민청원 20만 돌파, 청와대 답변 주목
‘온라인 퍼레이드’ 등 아이디어로 ‘연대’ 추구
지난해 6월 열린 퀴어퍼레이드에서 참여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해 6월 열린 퀴어퍼레이드에서 참여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오는 9월 18일부터 29일까지로 예정된 ‘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코로나19 재확산 및 서울광장 사용제한 연장으로 인해 현장 개최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청와대가 답변을 할 수 있는 20만명을 훌쩍 넘은 상태에서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할 지도 주목되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당초 5월에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6월로 한 차례 연기했고 이후 다시 한 번 연기가 됐다. 그리고 지난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새롭고 안전한 방식으로 개편된 2020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두 메인 행사인 한국퀴어영화제,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중심으로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12일간 열린다”고 밝혔다.

조직위원회는 “정부 방역대책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이미 두 차례 일정을 변경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확정된 일정 동안에도 방역 당국의 지침에 호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조직위원회는 문화축제 기간 동안 진행되는 한국퀴어영화제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고 18일 열리는 개막식을 비롯해 상영작들을 OTT 플랫폼 퍼플레이를 통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한국퀴어영화제집행위원회는 “각종 미디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시각으로 혐오를 선동하는 2020년에, 성소수자의 성소수자에 의한 성소수자를 위한 한국퀴어영화제 개최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무렵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어떠한 생각과 의도로 올해도 변함없이 동성애 축제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생각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행사 일정이 9월이고, 주최측이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새롭고 안전한 방식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해도 코로나19가 여전히 존재하는 현 시점에서 대규모 행사를 아무런 생각없이 대대적으로 공지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불쾌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태도다”라고 조직위원회를 비판했다.

청원인은 또 “현 시점에서 동성애축제를 발표하는 것은 정부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요 지극히 이기적인 과시욕”이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이태원 클럽 사건에도 정부와 언론은 '성소수자'라는 인권으로 동성애자들의 신분과 용어 자체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상식적으로 너무나도 치우쳤으며 편향된 태도라고 밖에는 생각이 되어지지를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청원은 지난 8월 19일 청원이 마감됐고 23만5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의 답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서울시가 허락을 해왔고 논쟁 속에서도 무사히 진행됐던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청와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청원 답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조직위원회가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제대로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8.15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청계광장의 사용제한 기간을 10월까지 추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성적 취향을 떠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심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된 시점이기에 지난해 같은 퀴어퍼레이드나 축제를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많은 이들이 보고 있다.

축제가 연기됐던 지난 6월 조직위원회는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를 선보인 바 있다.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기획자는 “‘프라이드의 달’인 6월에 딱 맞춰 열릴 예정이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코로나로 인해 미루어진 것이 너무나 아쉬웠고 축제에 참여하고 싶은 욕망이 기획의 출발이었다. 5월초 이태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일부 언론에서 퀴어를 혐오하는 보도가 많이 나왔고 저처럼 상처를 받았을 퀴어 친구들에 대한 걱정이 컸다,. 이럴 때일수록 퀴어들에게 서로 힘을 주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진행에 속도를 붙였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 개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21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화려함보다는 ‘함께 가기’를 추구하는,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과 혐오에 분노와 체념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긍심으로 맞서는, 즐겁게 함께 가는 축제를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움직임을 청와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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