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카게무샤(影武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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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카게무샤(影武者)’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09.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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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총리의 카게무샤’ 스가 관방장관 주목
새 자민당 총재 당선 거의 확실…변신 하나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일본의 ‘카게무샤(影武者)’는 과거 일본에서 군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가짜 군주로 군주와 닮은 사람을 진짜 군주 대신 내세우는 일종 위장 대역이다. 어찌 보면 서글픈 인생이다. 그는 멈춤은 있으나 채움은 없다. 뒤에서 서성댈 뿐 앞장서 나아가지는 못한다. 말 그대로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의 운명은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그는 정체성이 없다. 허수아비처럼 비어있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 앵무새 같기도 하다. 때로는 주인 대신 ‘미끼’가 되기도 한다.

한나라 고조 유방의 부하 장수였던 기신이 유방의 카게무샤가 돼 항우에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 김정은의 카게무샤도 한때 화제에 오르내렸다. 지난번 와병설 때도 김정은을 닮은 가짜가 각종 행사에 대리 참석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도 수명의 카게무샤가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본에서는 요즘 ‘카게무샤’ 이야기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베 총리의 카게무샤’라는 말을 듣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이야기다. 스가는 요즘 미소를 머금을 때가 많다.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도미 히데요시를 제치고 일본 천하통일이라는 마지막 미소를 지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연상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그 이유는 그가 아베의 뒤를 이어 새 자민당 총재에 당선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오는 14일이 운명의 날이다. 만약 그가 선출되면 아베의 남은 임기인 2021년 9월까지만 총리직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일본 언론이나 정가에서는 그가 ‘위기관리 내각’ 즉, 아베의 남은 임기를 메꿔 줄 적임자일 지는 모르나 차기 총리가 되기에는 무리라고 보고 있다. 카게무샤로 끝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왕(上王)아베, ‘아베스(아베+스가) 정권’ 등이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후 무작정 도쿄로 올라와 골판지 공장 노동자와 시장바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법대(호세이대 법학부 정치학과)를 다닐 만큼 세상 풍파에 탄탄하게 맞섰던 인물이다(이 이력이 가짜라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요코하마 시의원으로 있을 때는 시정을 시장과 단 둘이서 결정할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해 사실상의 실세로 군림했던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런 스타일의 사람은 남의 밑에 있을 때는 충성을 다하지만 자신의 힘이 적당히 비축됐다고 생각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랬던 것처럼 여지없이 본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이미 자신을 지지해 줄 '레이와의 모임'이라는 정책연구회를 만들어 놓고 있다. 스가가 아베의 카게무샤라는 모욕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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