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던파 ‘슈퍼계정’ 사태가 말하는 게임의 투명성
상태바
[기자수첩] 던파 ‘슈퍼계정’ 사태가 말하는 게임의 투명성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9.13 18:18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넥슨
사진=넥슨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이 내부 직원의 부정행위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개발사 네오플 직원이 이른바 ‘슈퍼 계정’을 이용해 얻기 힘든 강화 아이템을 얻는 등 유저 기만, 부당이득 취득 논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강정호 던파 디렉터는 공지사항을 통해 던파 내 한 슈퍼 계정의 아이템 수백여개에 대한 조작 혐의를 찾아냈고, 해당 부정행위에 대해 징계 및 고소·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유통사 넥슨은 해당 슈퍼 계정의 주인이 네오플 내부 직원이었으며,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도 사실이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혹은 던파 타임라인을 본 한 유저의 제기로 처음 드러났다. 타임라인은 캐릭터 생성부터 아이템 강화, 레이드 등 게임 계정의 캐릭터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온라인에 낱낱이 기록하는 시스템이다. 투명한 정보공개로 유저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누구나 게임 내 부정행위에 대해 감시 및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덕분에 자칫 묻힐 뻔한 온라인 게임 스캔들이 여론에 드러났다.

온라인 게임은 한 때 아이템 현금거래를 청소년 해악 등 사회 문제로 삼던 시기를 벗어나, 하나의 주요 산업으로 인정받고 해외에 수출하는 거대한 시장이 됐다. 비록 오늘날 온라인 게임 시장이 랜덤박스·가챠·뽑기 등 무작위 경품 추첨식 아이템 과열로 과도한 사행성 조장, 도박 비판을 받는 수준까지 왔더라도, 이에 대한 다른 수익 모델 확립 등 더 나은 대안 제시와 투명한 운영 요구는 게임사와 유저 모두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날 게임 내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유저의 동심을 파괴했다’는 구시대적 사고가 아닌, 엄연한 부당이득이자 산업파괴·시장교란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던파 게이머들의 분노인 것이다.

던파는 2005년 출시돼 올해로 15년째를 맞는 국산 장수 온라인 게임이자, 세계 게임 시장에서 역대 누적 매출 가운데 순위권에 든 게임 수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장수 온라인 게임이 맞는 신규 유저 유입 문제와 기존 유저에 대한 더 나은 게임 관리 문제 등을 감안한다면, 이번 던파 내부직원의 부정행위 문제에 대한 진화(鎭火)는 신속하고 공정하게, 또 투명하게 해결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제 게임은 단순 오락을 넘어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 성장에는 게임사의 노력만이 아닌, 유저들이 치른 비용부터 스스로 조성한 게임 문화까지 폭넓은 인간 활동들이 담겨있다. 게임 속 신뢰를 져버리는 행위는 반칙이 아닌 범죄 행위로 보는 세상이다. 게이머들의 분노 또한 반칙에 대한 부당함 수준이 아닌, 범죄에 대한 규탄이란 수준으로 읽어야겠다. SW

hjy@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