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부동산 라운지] 서울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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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의 부동산 라운지] 서울공화국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20.09.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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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도훈 기자
사진=황채원 기자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9월은 재산세 납부의 달이다. 추석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코로나19로 예년보다 분주함이 덜해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주택 보유자들의 경우 그간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재산이 늘어나 내심 좋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매도를 하거나 월급이 오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체감되는 가계부담은 늘어난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의 경우 정부의 의도대로 세제부담을 느껴 주택 수를 줄이려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부동산 전문가인 만큼, 최근 주변 지인들이 부쩍 주택 처분에 관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지방 대학에 재직중인 50대 모 교수의 경우 강남에 아파트 두 채와 지방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자녀들의 학교와 배우자의 직장이 서울에 있어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지방의 아파트는 재직 중인 대학 인근에 거처가 필요해 세 채 중 두 채 모두 실거주 목적으로 보유 중이다.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게 된 것은 자녀들이 커가면서 넓은 평수로 늘려가기 위함이었다. 인근에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수해 2016년 아파트가 완공되자 입주를 했으며 기존에 거주하던 아파트는 일시적 2주택 기간 내에 전세를 끼고 매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6년부터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며 이미 10년 이상 거주해 기존의 주택 처분 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의 폭이 더 커지자 매도할 이유가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다주택에 대한 세제중과가 이루어지자 가계 부담으로 이어졌고 주택 수를 줄이고 자본인이 재직중인 지방의 주택을 처분할 계획을 세웠다. 교수의 정년을 감안하면 재직기간이 15년 이상 남아 지방의 아파트를 처분한다면 세입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번거롭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보고 강남의 아파트는 지키는 것이 재산 증식에 유리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모 과장은 맞벌이 부부로 취학아동 자녀 한 명을 슬하에 두고 있으며 최근 아파트 상승률이 높아져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아내 역시 서울 서초구의 한 공기업에 재직 중이었으나 원주의 혁신도시로 해당 공기업이 이전하자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며 아이의 육아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모 과장은 어렵게 대출을 끼고 마련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를 팔고 상승여력이 없어 보이는 지방의 집을 살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아내 대신 육아휴직을 냈다고 한다.

경상남도 한 은행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모 지점장은 여태 꼬박꼬박 모은 월급을 고심 끝에 서울 아파트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으로 모은 자금이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몇 년 새 급격하게 오른 것을 보고 회의감이 들어 내린 결단이다.

평생을 서울에 살아본 적이 없고 연고도 없지만 매일 같이 뉴스에 오르는 서울 아파트 가격을 보고 있자니 ‘여태 모은 종잣돈을 일찌감치 서울 아파트에 투자했더라면 몇 배가 되었을 텐데’ 라는 후회가 밀려와 일생일대의 투자라고 생각하며 전 재산을 쏟아부어 결국 강남권 아파트를 전세를 껴 매입했다고 한다.

현재 실거주로 보유하고 있는 경남의 아파트는 어차피 가격이 오를 일이 없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가 많이 오르면 언제든지 지방의 아파트를 매도해 양도세 부담을 줄이고 서울 아파트의 실거주 요건을 맞춘 후 매도하면 그만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부청사가 위치한 세종시를 비롯해 공기업이 이전된 지방의 혁신도시에서 여전히 서울 통근버스가 활발히 운행되고 주말이면 모두 서울로 돌아가 텅 빈 도시가 되어 해당 지역 상권들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앞선 필자의 지인들 역시 지방에 생활 여건이 필요하더라도 지방의 아파트를 보유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결국 정부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한 다주택자 규제 정책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학습효과로 다주택자들의 ‘서울의 똘똘한 한채’ 선호 현상이 더욱 극심해졌고 지방의 아파트들은 도리어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도 서울에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이루어지거나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양극화의 심화가 우려된다. SW

llhhll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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