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미국 대선 TV토론 수어통역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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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미국 대선 TV토론 수어통역의 의미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10.0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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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치러졌던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 중계방송. 사진=DPAN.TV 화면 캡쳐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치러졌던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 중계방송. 사진=DPAN.TV 화면 캡쳐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 토론이 있었다.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과 민주당의 바이든(Joe Biden) 후보가 벌이는 첫 TV토론이었고 진행은 폭스뉴스 앵커인 크리스 월리스(Chris Wallace)가 맡았다. 

이날 토론회를 중계한 몇몇 방송은 미국의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을 제공했는데 그 중 DPAN.TV(Deaf Professional Arts Network TV)의 수어통역은 특이했다. TV화면에 수어통역사 3명을 배치한 것이다.
 
통역사들은 대선후보와 사회자의 역을 맡아 통역을 하였다. 대선후보 2인이 동시에 발언을 하고 사회자가 이를 제지하는 장면에서는 3명의 통역사가 동시에 통역하기도 하였다. 통역사 가운데 2명은 농인(聾人)이었는데 미러통역(mirror interpretation, 농인 수어통역사가 청인 수화통역사의 통역을 보고 농인의 관점에서 통역하는 기법)을 하였다. 이러한 배치 때문에 청각장애 시청자들은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반론을 하는지 입체적으로 토론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런 방식의 방송 수어통역이 거론된 바 있다. 당시 TV토론에서 방송 토론에 5인의 후보가 나왔는데, 한명의 수어통역사가 2시간 가까이 통역을 했다. 

그러다보니 불만을 토로하는 청각장애인들이 많았다. ‘어느 후보의 이야기인지 구분이 안 간다.’, ‘동시에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등이었다. 장시간 진행된 수어통역으로 수어통역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우려들도 있었다.

보다 못한 장애인단체가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방송사에 의견을 넣었고 그럼에도 바뀌지 않자 장애인단체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방송사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선거방송에서 수어통역의 크기 확대, 다수 후보자 TV토론시 한 화면에 2인 이상 수어통역사 배치 등을 방송사 등에 권고했지만 이 권고는 수용되지 않았다. 

참정권은 기본적인 권리이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다. 또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헌법 제37조제2항)가 아니면 권리를 제한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권리를 제한할 경우에도 최소화 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참정권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율성은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이 전재되어야 한다. 자율성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도 ‘선거는 국민의 자기지배(自己支配)인 국민주권의 원리에 입각해야 하며, 이는 민주국가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다.’라고 판단(헌재 1999. 5. 27. 98헌마214)한바 있다.

이를 통해볼 때 선거 TV토론에서 수어통역은 서비스 제공의 의미를 넘어선다. 방송편성의 관점이 청각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 방송 토론은 선거과정의 하나이며, 알권리를 보장하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수어통역이 제대로 제공되어야 바르게 알 수 있고, 바른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기에 그렇다. 

따라서 선거의 TV토론 수어통역은 방송인이 아닌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인들은 DPAN.TV의 TV토론 수어통역을 교훈삼아야 한다. 방송의 유형은 다르지만 청각장애인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어떤 형태의 방송을 했는지 말이다. 더 나아가 국가인권위원가 권고했던 내용을 수용하는 자세도 이제는 보여주어야 한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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