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 후보’ 현택환과 한국 과학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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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화학상 후보’ 현택환과 한국 과학의 미래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10.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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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사진=뉴시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올해 노벨화학상 후보로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의 이름이 거론됐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한국의 과학자가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한국의 과학기술이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라는 평가와 더불어 지금부터라도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는 계기로 만들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택환 교수는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대량 합성할 수 있는 '승온법' 개발로 나노입자의 응용성을 확대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이로 인해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예측한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과학 분야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노밸상 수상자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한국에서는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후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내렸지만 대부분 '설'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고은 시인이 여러 차례 문학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수상과는 무관했고 이후 고 시인이 '문화계 미투'의 핵심 인물로 부각되고 그의 작품들이 대중들의 외면을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거품이 빠졌다.

하지만 이번 현택환 교수의 수상 예상은 연구 결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공식적으로 예측이 나왔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20년 넘게 나노과학 분야를 연구해온 현 교수는 실온에서 서서히 가열하는 승온법으로 균일한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고 승온법의 산업작 응용을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 승온법은 현재 전 세계 실험실은 물론 화학 공장에서도 표준 나노입자 합성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유전자 가위를 발견하고 유전자 편집 연구에 기여한 프랑시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미국의 제니포 두드나가 공동 수상한다. 여성 연구자가 화학상을 공동 수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두 수상자가 발견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기초 과학 분야의 혁명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의료 분야에 혁신을 일으켰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란 특정 DNA만 골라 잘라내는 분자 기계로 DNA 염기서열 중 특정 위치를 인지하고 선택하는 '크리스퍼'와 이 위치를 자르는 효소 '카스9'로 구성되어 있다. 학계에서는 이 기술로 유전병 등 다양한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다고 봤으며 그 공로가 노벨화학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택환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상은 못해도 노벨상 급에 들어갔다는 하나의 좋은 지표가 되는 걸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그만큼 수준 높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노벨과학상 후보에 한국인 과학자들이 후보에 오를 정도로 상에 근접한 과학자들이 대한민국에 많이 생겼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사에 비해 굉장히 빠른 시간에 이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 교수는 또 "자유로운 연구비를 통해 마음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창의성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특히 젊은 교수들 중에서 연구능력이 뛰어난 사람들 위주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면, 저보다 훨씬 뛰어난 후배 과학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뒤 "과학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성이 좋아야한다는 거다. 혼자 잘 나서는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일할 때 세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말도 전했다.

학계에서는 비록 올해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현 교수를 비롯해 한국인 과학자들의 이름이 후보에 계속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노벨상 수상이 멀지 않았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계속 이어가려면 몇몇 과학자들의 성과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려 미래의 과학자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기초과학이 부실한 나라에서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노벨상이 과거에 비해 상징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과학 분야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을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과학자들이 꿈꾸는 상이 되고 있다. 한국의 과학 기술이 지금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결과보다는 미래의 과실을 따기 위한 노력이 이제 필요한 시점이 됐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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