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소형 서점 살리기’ VS ‘선택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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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소형 서점 살리기’ VS ‘선택권 보장’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0.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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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문화계 “도서정가제로 소형 서점, 출판사 숨통 틔여”
소비자단체 “저렴한 가격으로 도서 구매할 권리 뺏겨, 독서인구 감소”
문체부 “도서정가제 기본적으로 유지, 종합적 검토할 것”
지난 6일 박준 시인(왼쪽)과 한강 소설가(가운데)가 도서정가제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6일 박준 시인(왼쪽)과 한강 소설가(가운데)가 도서정가제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도서정가제'를 놓고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는 일단 도서정가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고 출판계와 문화계도 도서정가제의 유지를 주장하는 상황이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한다'며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지난 2014년 11월 전면 도입된 제도로 과도한 가격 경쟁을 막고 소형 출판사와 서점들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모든 서적의 할인율을 15%이내로 제한해 무분별한 가격 경쟁을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19년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발매일과 관계없이 모든 책에 도서정가제가 도입이 되면서 오히려 도서 판매가 감소해 출판사와 동네 서점의 매출이 오히려 감소하고 독자들이 책을 사지 않으려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이 청원은 정부가 답변을 해야하는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청원 답변에서 "도서정가제는 시장에서 자본을 앞세운 대형, 온라인 서점 및 대형 출판사의 할인 공세를 제한해 중소규모의 서점이나 출판사도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취지이며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같은 취지로 도입 및 시행하고 있다"면서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우회적 편법행위를 근절하고자 예외조항을 축소하고 발행 후 1년 6개월이 지나면 책을 할인 할 수 있었던 도서정가제 적용시한을 폐지하고 경제상 이익 제공 비율을 축소하는 대신에 출판사가 도서의 정가를 변경해 판매하는 재정가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후 올 7월 도서정가제 개정을 놓고 문체부가 주최한 공개토론회에서는 서점업계와 소비자단체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서점업계 관계자들은 "도서정가제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동네 서점, 소형 서점들이 나름의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나마 산소호흡기를 달고 버틸 수 있게 한 것이 도서정가제"라고 주장한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도서 가격을 묶음으로써 가격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고 가격 할인 제한으로 도서가격 담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책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문체부가 '도서정가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자 출판계와 문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고 작가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지난 9월부터는 국회 앞에서 '도서정가제 개악'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도서정가제를 통해 책의 발행부수가 늘어나고, 사라지던 오프라인 서점들이 살아나고, 젊은 문화 주체들이 서점과 출판사, 저자로 뛰어들고 있다. 효과가 검증된 제도를 이전으로 되돌린다면 우리는 동네에서 서점을 만나볼 수 없고 책을 만들고 쓰는 일에 뛰어드는 젊은이, 그 책을 사랑하는 젊은이도 만나기 힘들 것"이라면서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 문화국가도 무너진다. 도서정가제의 근간을 흔들려는 밀실행정을 중단하라"며 문체부와 청와대에 요구했다.

작가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열린 '한강, 박준 작가와 함께하는 도서정가제 이야기'에서 소설가 한강은 "책 재고처리를 하고 책을 싸게 살 수는 있지만 그 잔치는 금방 지나가고 우리가 잃는 줄도 모르고 잃게 되는 작은 출판사들과 2만종이 넘게 늘어났던, 태어날 수 있었던 책들의 죽음을 우리도 모르게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시인 박준은 "출판문화를 숲이라고 하면 이 숲이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경계가 되는 것이 도서정가제라고 생각한다. 도서정가제를 없앤다는 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숲의 경계선을 없애고 다른 도심과 연결해 싸워서 이기라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반면 소비자정책 감시단체인 컨슈머워치는 지난달 15일 논평에서 "소비자는 읽고 싶은 책을 가격비교를 통해 보다 저렴하게 구매해서 읽을 권리가 있는데 이를 제한하면서 이전보다 높아진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인해 도서 구입비를 줄이게 됐고 결국 독서인구가 감소하게 됐다. 소형 출판사의 경우에는 출판 초기 가격 할인행사나 사은품 행사 등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야하는데 도서정가제로 인해 사실상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기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소형 출판사의 경영 어려움을 촉진시켰다"며 도서정가제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완화, 폐지만 아닌 강화를 포함한 것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도서정가제 유지가 기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문체부는 도서정가제 개악을 비판하는 출판 문화계에 "폐지가 아니라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웹소설의 도서정가제 포함 여부, 소비자의 선택권 문제 등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아 이에 대한 대책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웹소설협회는 '웹소설 도서정가제 제외 및 전자책 할인율 확대 중단'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현재와 달리 편당 결제를 해야하는 방법으로는 보기가 어렵다는 독자들의 주장도 있어 이를 조율하는 방법 등이 숙제로 남아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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