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 밤 중에 열병식을 한 이유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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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 밤 중에 열병식을 한 이유 4가지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10.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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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최상의 수준에서 준비하라
김여정 미 독립절 DVD 얻어 흉내
코로나19로 대규모 인원동원 부담
트럼프 자극않고 무기식별도 불가
북한이 10일 열병식에서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사진=조선중앙TV
북한이 10일 열병식에서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싣고 등장했다. 사진=조선중앙TV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10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

북한이 야간 열병식을 개최한 이유는 뭘까.

김정은 위원장이 최상의 수준에서 특색 있게 준비하라는 지시와 함께 김여정 제1부부장이 미국 독립절 DVD를 달라고 한 것과도 연관 있어 보인다. 또 야간이어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무기의 식별이 쉽지 않다는 점과 대선을 앞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 김정은 특색 있게 준비하라지시

북한이 새벽에 열병식을 치른 것과 관련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특색있게준비하라고 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13일 김 위원장이 주재한 정치국회의에서 모든 경축 행사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특색 있게 준비해 당 창건 75돌에 훌륭한 선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정치 축전으로 되도록 하기 위한 해당한 대책을 강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불꽃놀이나 발광다이오드(LED) 무인기(드론)를 활용해 특이한 심야 볼거리가 있는 축제 형식의 열병식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NK뉴스는 이날 평양 내 소식통을 인용해 늦은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평양 시내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항공기나 무인기가 날아가는 소리, 중장비가 이동하는 소리, 자정께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소리가 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대외선전매체 메아리에서도 평양 시내 조명 축전을 소개하며 당 창건 75돌을 맞으며 진행하게 될 경축 행사 장소들의 불 장식도 우리 식으로 더 밝고 훌륭히 완성하기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또 야간에 열병식을 진행할 경우 한미 정보당국 등이 전략무기 자산을 파악하는 데 다소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새벽에 행사를 치른 배경으로 거론된다.

◇ 김여정 미 독립절 DVD 받고싶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이자 북한의 실질적 2인자인 김여정 제1부부장의 과거 발언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710“(미국의)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디브이디(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했었다.

당초 이 발언은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이 파격적인 야간 열병식을 개최하면서 김 제1부부장이 실제로 미국의 독립기념일 야간 행사를 당 창건 기념일 행사 준비에 참고하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 코로나19로 인원동원에 부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인원 동원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규모가 눈에 띄지 않는 야간 열병식을 선호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코로나19 ‘슈퍼 전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군중 몇 명만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여도 치명적인 슈퍼 전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당 창립 75주년 행사에 외국인들의 출입을 제한했다. 북한 주재 외교공관을 두고 있는 한 국가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 외무성이 평양 주재 해외 공관과 인도주의 단체에 당 창립 75주년 행사장에 가까이 접근하거나 사진 촬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지침을 배포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코로나 19 비상방역상황을 고려해 외국인의 참석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를 공개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 예견된 열병식 장면을 생중계하지 않는다면 미국을 압박하면서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야간에 진행한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무기의 식별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북극성 3형보다 큰 신형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 4A도 공개했다. 또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에이태킴스(전술지대지미사일) 등 탄도 미사일 2, 400mm급 대구경 방사포 및 500~600mm급 초대형 방사포 등 신무기 4종 세트의 개량형도 선보였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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