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논란'에 빛바랜 '조정래 등단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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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논란'에 빛바랜 '조정래 등단 50년'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10.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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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가 지난 12일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정래 작가가 지난 12일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등단 50주년을 맞은 소설가 조정래의 발언을 둘러싸고 갖가지 논란이 일어났다. 조정래 작가가 '일본에 유학을 가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이 발언에 대해 조정래 작가가 직접 해명을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이 발언이 '앞뒤를 다 자른' 언론의 잘못된 기사였다는 것이 전달된 가운데 조정래 작가는 왜곡된 발언을 바탕으로 자신을 '광기'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는 이유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그는 한 기자의 질문에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되고 민족 반역자가 된다. 일본의 죄악에 대해 편들고 왜곡하는,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징벌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다. 제가 적극 나서려한다"는 답을 했다.

그런데 이 말을 언론에서 "일본에 유학을 가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는 제목을 달고 기사를 냈고 보수 언론이 잇달아 '일본 유학은 무조펀 친일파'라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했다. 그러자 진중권 전 교수는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죠.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된 것이라 봅니다"라고 비난한 뒤 "대통령 따님도 일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 일본 유학이면 친일파라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네요"라고 문재인 대통령의 가족까지 거론하며 대통령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토착왜구'라는 전제를 삭제한 말이고 조정래 작가의 소설 <아리랑>을 비판한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을 겨냥한 발언임을 숨긴 채 '일본 유학=친일파' 프레임을 씌웠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보수언론이 친일파를 감싸고 조정래 작가를 코너에 몰려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언론의 말만 보고 조정래 작가와 대통령 가족에게 비난을 가한 진중권 전 교수 역시 '무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의 '예형' 발언이 바로 이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지난해 이영훈 전 교수는 <아리랑> 속 일부 내용이 조작됐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조정래 작가는 "그의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조정래 작가는 "저는 <태백산맥>에서 500가지가 넘도록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고발당했고 11년간 조사를 받고 무혐의가 됐다. 그 경험 때문에 <아리랑>은 더 철저히 조사해서 썼다. 제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인 것이며 명확하게 자료를 쓴 이유는 우리 수난이 얼마나 처절했고, 일본이 얼마나 잔혹했는가를 입증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잘못된 방법으로 퍼지며 논란이 되고 만 것이다.

조정래 작가는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토착왜구라고 하는 주어부를 빼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이 문장을 가지고 그렇게 오해할 이유가 없고 제대로 국어 공부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 이야기다. 토착왜구라 부르는 그 사람들이 일본에 유학을 갔거나 연수를 갔거나 다 일본과 접촉하고 들어와서 이렇게 변질돼버렸다"고 말한 뒤 "현장에 판단력을 가지고 가장 예리하게 사물을 인식한다고 하는 계급이 기자들이다.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를 했으며 더 이상 이어진 질문이 없었다. 충분히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언론이 계속 이렇게 저를 괴롭고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언론 왜곡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잠시라도 기분이 언짢았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으셨으면 제가 신문을 대신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겠다. 제 진위를 제대로 읽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발언에 대해 '광기'라고 표현한 진중권 전 교수에 대해서는 "진중권이라는 사람이 저를 비난하고 대통령 딸까지 끌어다가 조롱했는데 그 사람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는 지금 그 사람한테 공개적인 진정어린 사죄를 요구한다. 만약에 하지 않으면 작가의 명예를 훼손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 전 교수는 바로 "당혹스러운 것은 사회적 지위를 앞세워 '무례와 불경'을 말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조정래 작가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언론의 속보 경쟁과 입맛에 맞는, 혹은 자극적인 문장의 제목을 놓고 이에 대해 지식인이 지식인에게 비난을 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언론의 진짜 역할'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발언 논란은 '사실'을 전해야하는 언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야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받아써도 제대로 받아써라'라는 비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이 논란으로 인해 조정래 작가의 50년 문학 인생이 묻혀졌다는 것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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