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막달레나 세탁소’와 민주화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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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막달레나 세탁소’와 민주화세력
  •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0.10.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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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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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영화 <막달레나 시스터즈>는 교회라는 장막에 가려진 사람들이 정의, 도덕, 선, 그리고 옳음을 어떻게 파괴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아일랜드의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을 그린 이 영화는 2002년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개봉후 숱한 논란을 낳았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무대는 1960년대 아일랜드. ‘막달레나 세탁소’로 불리는 가톨릭 시설은 자신들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타락한 여자는 물론 타락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여자들을 감금하고 안식일도 없이 세탁부로 부려먹었다. 수녀들은 심심풀이로 소녀들을 벗겨 젖가슴와 음모를 품평하며 매질을 하고 이곳의 신부는 오럴섹스를 강요한다. 1922년부터 70여년 간 강제노역에 동원된 여성은 1만여 명, 숨진 여성도 부지기수다. 겉으로는 정의와 도덕 그리고 신의 은총이라는 가면을 쓰고 벌인 이들이 악행은 경악할 만한 일이다.

우리는 정의와 도덕 그리고 올바름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제거해 줄 줄 알았던 민주화세력의 행태에 놀라고 있다. 그러한 놀라움은 내부에서도 쏟아져 나온지 이미 오래다. ‘민주화 운동의 비밀병기'로 불리는 김정남 씨 역시 최근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와 운동권 세력을 향해 “무능하면 겸손이라도 해야 하는데 지금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나 과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그렇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고 위선적인 데가 있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사람의 눈에 그들이 정의롭게 비치지 않는다면 독재 군사정권과 무엇이 다르겠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고 떳떳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쏟아냈다.

우리는 이 지적에 가슴 쓸어내린다. 불안하게 질주하는 차 안에서 그래도 브레이크를 잡으려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감도 느낀다. 그러나 극렬 지지자들에게 좌표가 찍히지나 않을까 또 걱정이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라고 했다. 잘못을 알면 주저하지 말고 고쳐야 한다. 그러나 막달레나 교회 사람들처럼 “우리 편이야”하고 속삭이면서 감싸기만 한다면 더 큰 화가 닥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패한 곳은 청와대”라고 한 진중권 씨의 말이 어른거린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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