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방송이 앞장 선 ‘한글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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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방송이 앞장 선 ‘한글 파괴’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0.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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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심의위, 한글 파괴 표현 남발한 7개 TV 프로그램 ‘법정제제’
교육부 제도 사업들 ‘외국어 남발’, 정부 보도자료 외래어 오남용 등 지적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국민 피해 우려, 정부가 모범 보여야 고쳐져”
광화문 세종대왕상. 사진=임동현 기자
광화문 세종대왕상. 사진=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한글 파괴' 자막이나 표현을 남발한 7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재미를 이유로 무분별하게 방송에서 자행되는 '한글 파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여겨지고 있지만 여전히 방송은 물론 정부 정책에도 '한글 파괴'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방통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MBC TV '놀면 뭐하니?', SBS TV '박장데소',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시즌2', JTBC '장르만 코미디', tvN '놀라운 토요일 도레미 마켓' 등 7개 프로그램에 대해 모두 '법정제재(주의)'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이 쓴 표현을 보면 '가리지널', 'Aㅏ'(옥탑방의 문제아들), '노우 The 뼈'(놀면 뭐하니), 'ma싯겠어'(박장데소), '운빨러', 'GA-5'(도시어부), '딥빡'(장르만 코미디), 'sh읏 알아'(도레미 마켓) 등 불필요하게 영어를 섞어쓰거나 뜻도 모르는 신조어를 남발하고 있었다.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방송에서 오직 흥미만을 목적으로 어문 규범에 어긋나는 의도적 표기 오류 표현 등을 남용한 것은 방송의 품위를 저해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한글의 올바른 사용을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4기 위원회 출범 이후 올바른 방송언어 사용을 방송사에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예능 프로그램의 한글 파괴 자막은 그동안 수없는 지적을 받아왔고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은 몰래카메라를 통해 사석에서 출연자들이 비속어, 외국어, 일본어투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맞춤법 테스트를 통해 초등학생, 유치원생, 외국인과 같이 한글 수업을 듣게 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저지르고 있는 한글 파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재미를 준다'는 이유로 한글 파괴 자막과 표현은 계속 진행됐고 급기야 우리 말을 외국어로 표현하거나 우리말과 영어를 이상한 형식으로 섞는 등 극단적인 한글 파괴로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대로 강제적인 심의로 인해 방송 표현이 위축되고 하나의 소통 방식으로 수용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부처인 교육부가 한글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가 현재 시행 중인 제도와 사업들 중 영어와 정체불명의 합성어를 조합해 일반인들이 뜻을 알 수 없는 용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K-에듀테크(교육+기술 합성어), GKS(정부 초총 장학생), Wee프로젝트(위기학생 상담지원 사업), 매치業(산업-교육간 직무교육 프로그램), 블렌디드 러닝(온오프라인 혼합교육),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활용 역량 강화 교육), 스마트 그린 스쿨(미래 첨단 학교) 등이 그 예로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용어를 외국어로 하거나 우리말과 외국어를 섞는 용어 등을 사용해 일반인들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경태 의원은 "이러한 말들은 '은어'일 뿐, 결코 국민을 위한 교육행정 용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역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올 1월부터 8월까지 정부 부처가 배포한 8689건 중 1711건(19.69%)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외국어"라고 지적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보도자료의 54.1%에 외국어 오남용이 있었으며 과학기숼정보통신부(37.3%), 산업통상자원부(32.3%), 국토교통부(24.8%), 보건복지부(22.6%), 교육부(20.7%), 외교부(20%) 순으로 외국어 오남용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글문화연대 관계자는 "글이라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약속인데 이것이 파괴되기 시작하면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그 영향을 받게 되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말은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말인데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는 식으로 한글과 영어를 섞어 쓰는 식의 표현을 쓴다면 국민들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게 되고 결국 피해를 입게 되어 있다. 정부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니 방송에서도 '아,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파괴를 계속 하는 것이다.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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