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의 대권 도전과 '갈지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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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의 대권 도전과 '갈지자 행보'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0.11.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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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원집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원집 기자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갈지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아닌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보수언론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재평가에 나서는 등 보수층에도 어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과거의 성향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박용진 의원은 광주MBC 라디오 '황동현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재벌 대기업들은 이미 세대교체를 이뤄 40대가 시장단을 차지하며 활력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정치가 제일 늦다. 정치권도 빨리 세대교체를 통한 시대교체를 만들어야한다"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해주시니 감사한 마음이지만 시장보다는 정치개혁의 과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를 많은 이들이 '대권 도전'으로 받아들였고  박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 출마에 대해)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쉽게 판단하거나 젊은 치기에 한 번 도전해본다는 정도로 고민하는 것이 아니고 매우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혀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렸다.

박용진 의원은 과거 민주노동당 대변인, 진보신당 부대표 등을 역임하며 진보 진영에서 활동하다가 2011년 '야권대통합'의 흐름 속에서 여타 진보 성향 정치인들과 달리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뒤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후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 계좌 문제를 짚어내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위법성을 짚어내면서 '삼성 저격수'로 불리게 됐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사립 유치원의 비리를 알리고 한유총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3법'을 발의하고 이를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 총선에서도 높은 득표율로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로 불리며 당의 기류와 다른 주장을 펼쳐 비판을 받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역 특혜 의혹에 대해 쓴소리를 하며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친일 논란의 중심인 故 백선엽, 故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찾은 것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됐으며 최근 금태섭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한 뒤에는 '제2의 금태섭은 박용진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출마설이 나온 뒤 박 의원이 '보수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5일 박 의원은 조선일보 창간 100년 기념 타임캡슐 봉인식에 참석했다가 당원들에게 '보수 언론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다'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의원 당시 보수언론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진보정당 정치인이 보수 언론 행사에도 참석하고 그 독자들과도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국민을 대표하는 역할"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 지난 12일 연세대학교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워크숍' 강의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은 여러 과오가 많은 분이고, 박정희 대통령도 군사독재,반인권은 정확하게 평가해야하지만 (둘 다)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있었다"며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으로 다시 비난을 받게 되자 박 의원은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가 평소 제 소신이다. 정치인이 미래를 위해서는 욕을 먹더라도 과감히 결단을 내려야한다는 평소 생각을 이야기한 것이고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진영논리에 갇히면 편협함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의 대선 도전이 '이낙연-이재명' 양강으로 가고 있는 민주당 대권 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은 의문이지만 그의 도전 과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그의 보수층 끌어안기가 자칫 친일파, 보수 옹호로 이어질 경우 '변절자' 이미지로 인해 정치 생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추측도 나온다. 그가 한때 진보정치의 대표주자로 뛴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우려다.

박 의원은 11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사실 제일 왼쪽(민노당)에 있었던 사람이기에 가장 오른쪽으로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왼쪽, 오른쪽 이용하고 중앙돌파도 하며 운동장을 넓게 쓰며 축구를 하는 것처럼 운동장을 넓게 쓰는 정치가 세상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대한민국을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정치의 기능을 제대로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정계의 손흥민'이라고 해주시면 감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좌우를 오가며 소신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로도 보이지만 오히려 그 생각이 자신이 구축한 정치적 이미지를 더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자신의 행보를 축구에 비유한 박용진이 정말로 '골'을 넣을 수 있을 지, 아니면 헛발질만 하다가 벤치로 물러날 지가 궁금해진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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