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입막고 힘으로 제압해도 '훈육'이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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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입막고 힘으로 제압해도 '훈육'이면 무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1.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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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장애아동에 강압적 교육한 특수교사, 항소심에서 무죄
재판부 "교육적 의도에서 비롯됐기에 학대 고의 인정 안 돼"
피해자 측 "교육 위해서라면 장애인에 폭력 휘둘러도 괜찮다는 판결"
사진=황채원 기자
사진=황채원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장애아동에게 학대 수준의 지도를 한 보육담당 특수교사에 대해 법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교육을 위한 것이며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피해자 측은 '장애인에 대한 폭력과 학대를 정당화한 판결'이라며 대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서울 강동구 한 유치원의 보육담당 특수교사가 자폐성장애를 겪고 있는 4살 아동에게 학대 수준의 지도를 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 특수교사는 급식시간에 음식을 거부하며 소리를 지르며 우는 아동의 입을 한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숟가락을 입에 밀어넣고는 뱉어내지 못하게 입을 강제로 막았으며, 양치를 거부하며 울부짖는 아이의 어깨를 한 손으로 강하게 붙잡은 채 칫솔을 억지로 집어넣어 강제로 양치를 해 주었다.

이에 피해자 부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고 2018년 12월 벌금 300만원의 약식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특수교사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지난 2019년 11월 열린 1심에서는 '약식명령의 벌금액이 과하지 않고, 감액의 이유가 없다'며 벌금 300만원과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특수교사의 행위는 아동복지법에 금지되어 있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임이 인정된다"면서 '교육적인 의도로 했다'는 특수교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특수교사의 항소로 진행된 지난 6일 항소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형사부(나)는 "피고인의 행위는 교육적 의도에서 비롯되었으며, 오로지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학대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아동학대죄에 해당하는지, 아동학대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교육적 의도가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학대행위와는 차이가 있는 점을 참작하며 오히려 공개된 장소에서 떳떳하게 했으니 교육적인 의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그러한 태도는 피해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았던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인 감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2심 판결은 장애인을 대하는 어떤 현장에서도 그 행위가 '교육적 의도'가 있었다고 말만 하면 어느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침해 행위가 인정되고 '다소 무리한 행위'를 해도 괜찮다는 허용지침을 박은 것이다. 이후의 행위에 대해 얼마나 많은 폭력과 학대가 감추어지고 덮어질 지 무섭다"며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 측과 담당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피해자 측은 "발달장애를 겪는 이들의 감각은 다른 사람들의 감각과 다른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자극으로 느껴져 극도의 고통과 공포를 주고 그래서 억지로 싫어하는 일을 하게 할 때, 장애인의 심한 과잉행동을 불러와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나 장애학생을 대하는 교사들은 잘 알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억지로 쑤셔놓고, 그 이물감에 몸서리치며 뱉어내려고 하는 입을 손바닥으로 막아 못 뱉어내게하는 그 위험천만한 행동이 학대가 아니면 무엇이며 거기에 학대의 의도가 없었다는 변명을 어떻게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또 2심 판결문에도 '울면서 저항하고 있는 피해자에게 무리하게 시도를 했고 울면서 저항함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계속했다'고 씌여진 점을 들면서 "교육적 의도가 있다고 하면 공개된 장소에서, 당당하게, 울면서 저항하는 아이가 몸부림을 치더라도 무리한 행위를 계속해도 된다는 것이 된다. 다른 모든 학생들에게 세심하지 않은 거친 태도를 보였다면 이 역시 교사로서 자질과 태도를 문제삼을 만 하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 측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아동은 현재 정신적 충격으로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양치질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특정한 외형의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스스로 머리를 때리는 등 심각한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측은 "4년여를 정서적 불안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에게, 그 고통의 책임은 '괴롭힐 의도'가 없이 가해진 '교육적 행동' 때문이었으니 그 책임을 바로 네 스스로 지거라 하는 것이 2심 재판부의 판결"이라고 밝혔다.

1심과 2심이 각각 정반대의 논리로 판결을 내리면서 앞으로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 지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지적장애 학생에게 고추냉이를 강제로 먹이고 장애학생에게 폭행, 폭언을 한 교사들과 사회복무요원들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도 법원이 사회복무요원에게 '장애학생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어 감당하기 매우 힘든 일이었음이 분명하다'고 판단하는 등 폭행을 '훈육'으로 여기는 태도를 보여 문제가 됐고 유죄가 인정되기는 했지만 집행유예가 확정된 것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결국 장애 특성에 맞춘 교육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훈육'을 이유로 한 '학대'가 이루어지고 이 때문에 장애인들이 고통을 겪어도 훈육이라는 이유로 무마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잇달은 장애인 학대 사건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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