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를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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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를 막자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12.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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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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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중학교 과학시간, 선생님의 이 이야기가 왜 그리 귀에 와서 박히던지요! “배가 고프거나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식당 근처에만 가도 해결이 된단다. 그 집서 나오는 음식 냄샐 맡는 거다. 오래 맡을수록 배가 불러진다.”

아마도 친구들은 선생님의 그 이야기가 황당해서 귀에 넣지 않았을 겁니다. 냄새에도 영양소가 있어 극소 미량이겠지만 음식섭취 효과가 있고 덩달아 기분까지 좋아진다는 이 이해 못할 이론을 애당초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바로 흘렸겠죠.  

선생님의 덧붙인 이야기도 재밌었습니다. “꽃 근처에 가야할 이유가 있다. 꼭 예쁜 여자를 만날 수 있다. 파리만 쫓아가면 똥 있는 곳으로 가게 된다.”

홍콩의 대부호 이가성 회장의 이 일화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가성 회장의 운전기사가 30여 년간이나 그의 차를 몰다가 마침내 떠날 때가 됐습니다. 본인은 아주 검소하지만 남을 위해 자선을 잘 베푸는 이 회장이 가만있었겠습니까. “그동안 날 위해 애를 참 많이 썼어요. 노년에 보탬이 될 거야. 이거 받아요.”

운전기사를 위로하며 건넨 수표는 200만 위엔, 한화로 3억 6천만 원이니 적은 돈이 아니죠.

회장님의 보너스를 날름 안 받을 사람이 과연 있겠습니까. 그래서 전 이 에피소드가 혹 꾸민 거 아닌가 싶어 조사를 해봤더니 맞더군요. 운전기사의 말 “그 돈은 필요 없습니다. 저도 이천만 위엔(36억 원) 정도는 모아 놓았습니다.”

회장은 무척 기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받은 월급이 고작 오륙천 위엔 (100만 원) 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그 많은 돈을 저축했단 거지?”

운전기사 “모두가 회장님께 배운 거지요. 회장님이 뒷자리에서 전화하는 것을 듣고 땅을 사실 때마다, 저도 조금씩 사 놓았고요. 주식을 살 때, 저도 따라서 약간씩 구입해 놓아 제 재산도 불릴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앞에선 듣는 척 했지만 사실 다른 한쪽 귀로 흘려보낸 게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들의 말씀이었죠. 습관적으로 하는 잔소리이지 그 말들 안에 피가 되고 살이 될 진액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은 말을 하면서도 효과가 별무일 거라며 으레 한탄하듯 읊으셨습니다.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니 맨날 이 모양이지. 에라이! 이런 말 하는 내 입만 아파!” 그때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는 한자성어도 배우게 됐죠.

그런데 이가성 회장의 운전기사는 본인에게 직접 해주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회장님의 말씀은 귀담아 들었던 겁니다. 크게 성공한 사람에겐 여러 가지 특별한 것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고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던 거죠.

인생에 누구를 만났느냐는 아주 중요합니다. 당연히 어떤 가르침을 받느냐에 따라 사람이 사뭇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큰 가르침도 작은 대화로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남에게 들은 한 마디만으로도 자신의 인생, 운명을 좌우하게도 되잖습니까.

서양속담엔 늙은 개가 짖으면 반드시 나가보라 했고요, 공자는 경견칙 필유후회(輕見則 必有後悔), 아무나 만나 아무 얘기나 듣고 따르면 분명 후회를 하게 된다고 했으니, 들을 말 안 들을 말은 본인이 잘 가릴 줄 알아야겠습니다.

내가 세상을 제대로 살아나갈 원칙이나 방법도 내 주변의 사람이 가볍게 해주는 한 마디 안에 들어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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