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험 없는 학생연구원, ‘노동권 보장’ 힘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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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없는 학생연구원, ‘노동권 보장’ 힘 실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2.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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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라는 이유로 ‘연구자보험’만 가입, 배상 한정적
경북대 화학관 폭발사고 이후 산재보험 필요성 부각, 여야 동의
“노동자성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대우하라” 주장도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대학 실험실 학생연구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학생연구원을 산업재해보상보험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고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특례조항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학생연구원을 '노동자'로 인정해야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학생연구원을 포함한 대학의 연구종사자들은 현재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제외되어 있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이들에게는 연구실안전법상의 '연구자보험'이 있지만 이는 민간보험으로 치료비 지급 최고한도가 5000만원에 불과하는 등 배상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 상황에서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933건의 연구실 사고 중 약 60%인 585건이 대학에서 발생했고 해마다 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은 학생이라는 이유로 산재보험 가입조차 되지 않아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경북대학교 화학관 실험실 폭발사고는 학생연구원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고로 5명의 학생이 부상을 입었고 한 명은 전신 80% 이상에 4도 중증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연구자보험으로는 이들의 치료비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고 경북대가 도중에 치료비 지원을 중단하면서 문제가 됐다.

이 사고는 화학물질 실험 도중 오래된 시료 폐기를 하다가 발생했는데 기업 연구원의 경우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학생연구원은 대학원생이라는 이유로 산재보험이 아닌 연구자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게 됐다. 하지만 치료비가 보상한도를 넘어갔고 학교가 치료비 지급 중단은 물론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고, 이를 계기로 지난 10월 대학원생노조가 대학원생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무제한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피해 학생에 대한 누적 치료비 총액이 9억2000만원이었고 이 중 4억2000만원이 미납됐다. 또 경북대가 지난해 회계 예비비로 5억원(2월 기준 누적 치료비)을 집행한 뒤 예산과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미루면서 큰 부상을 입은 한 학생의 경우 치료비 총액 6억원 중 2억원이 지급되지 않았다.

권 의원은 "올해 예산현황을 살펴본 결과 경북대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올 3월부터 집행 가능한 본예산 2억원이 책정됐고 4월 추경을 통해 1억원, 10월 2차 추경을 통해 2억7000만원이 추가 편성되고 교육시설재난공제회 보험금 1억원도 수령했다"고 밝혔다. 또 경북대의 신설 지급규정에 구상권 청구조항을 포함시켜 요양비 지급액을 학생에게 구상할 수 있게 해 책임회피 수단으로 악용하고 경찰이 학생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도 보험지급사인 공제회가 학교 대 학생 책임비율을 5대5로 산정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홍원화 경북대 총장에게 "피해자가 가입된 것이 산재보험이었다면 구상권 논란도 핅요없는 것 아닌가? 학생연구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라고 물었고 홍 총장은 "당연히 가입해야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학생연구원을 산재보험 대상에 포함시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며 야당도 이에 동의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여야가 '학생연구원 산재보험 가입'에 동의하며 빠르게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산재보험 가입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열악한 실험실 환경 개선과 함께 학생연구원을 학생이 아닌 '노동자'로 인정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녹색당은 1일 논평에서 "현재 발의된 개정안은 대학의 연구활동 종사자들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기 위해 '학생연구원 특례조항'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시급히 통과되어야 마땅하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특례조항 신설이 아니라 학생연구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대우하는 것이다. 이들은 학생이면서 특정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출근해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일하는 엄연한 노동자다. 하루빨리 학생 노동자들에게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한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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