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공정경제 3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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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공정경제 3법'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12.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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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반대에도 통과됐지만 '전속고발제 유지' 등 후퇴 내용 담겨
국회 정무위에서 민주당에 의해 수정, 정의당 "뒤통수" 반발
"검찰개혁 역행" 등 이유 나오지만 결국 "재계에 굴복" 비판으로
지난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에서 공정경제 3법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에서 공정경제 3법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국 경제와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전속고발제 유지, 3%룰 완화 등 개혁적인 내용에서 한 발 물러난 상태에서 통과가 됐다는 점에서 '개혁에 역행했다'는 비판 역시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9일, 본회의를 통해  '상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정부안과 달리 '전속고발제 유지'로 법안이 수정되면서 정의당이 민주당에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일명 '3%룰'이 완화된 내용으로 통과가 되어 민주당이 결국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개혁에서 멀어진 법안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공정경제 3법을 '기업규제 3법'이라고 부르며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지난 8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경제 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으로 처리해야하는지 당혹감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이라도 개정 법안 상정을 유보하고, 기업들의 의견을 조금 더 반영해주길 바란다"며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시 모회사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을 사회적 문제가 큰 사항에는 예외로 두는 '전속고발제 폐지', 과징금 상한 기준 2배 인상 등이 재계가 반발한 이유였다.

그런데 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이 정부안과 다른, 전속고발제를 유지한 내용의 수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안에 찬성했던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안건조정위 안건보다 후퇴했다. 공정경제 3법 취지가 완전히 퇴색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당이 공정경제의 틀을 마련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뒤통수를 쳤다. 무엇보다 전속고발제 폐지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뒤통수를 쳤다. 문재인 대통령님, 괜찮으십니까?"라는 논평을 남겼다.

당초 정부안은 가격 담합, 입찰 담합, 공급 제한, 시장 분할 등 4대 불공정 행위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없애 공정위 고발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 이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통과된 법안은 전속고발제를 그대로 유지해 앞의 불공정 행위가 일어나도 공정위 고발이 없이는 수사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정부안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합산 시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이 룰이 완화되어 사외이사의 경우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나 일반주주 관계 없이 단순 3%로 의결권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사내이사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까지만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잡겠다고 하면서 정작 전속고발제를 손보지 않은 것은 민주당이 결국 기업의 힘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배진교 의원은 지난 9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담합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는데 민주당 수정안으로 다시 제출이 됐다. 검경수사권 분리를 들며 '지금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갔는데 이게 검찰로 주면 되는 거냐?'라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계의 압박에 민주당이 손을 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정의당처럼 쎈 이야기를 하시는 의원들이 많았는데 검찰 권력을 분산시키고 검찰권을 약화시키려는 상황에서 경제 권력까지 넘어가게 할 수 있는 수사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검찰개혁에 역행하고 중견기업의 경우 진술 하나만으로도 압수수색에 들어갈 수 있는 등 문제가 있기에 신중하게 가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4대그룹 재벌만 본다면 강력한 규제를 하는 것이 좋지만 이들은 규제를 해도 철저히 대비하고 문제를 해결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 상장기업의 경우 3%룰을 적용하면 경영에 취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하는 중견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절충안을 합리적으로 찾았다고 이해를 해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지난 8일 "3%룰 완화는 법 개정의 취지를 몰각한 것으로 독립적인 감사위원 선임을 무력화하고 기업의 편법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확재, 법원의 자료제출명령권 등은 긍정적이지만 전속고발권 유지, 일반지주회사 CVC 허용은 '꼼수'를 강행한 여당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계의 반대에도 공정경제 3법 통과가 이루어졌지만 핵심적인 부분이 수정되어 통과되면서 결국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내용으로 법안이 나오게 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 법을 통해 추구하려했던 대기업의 경제적 남용 근절,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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