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단절의 시대, 고통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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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단절의 시대, 고통이 되다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0.12.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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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썰렁해진 양재동 먹자골목. 사진=김도훈 기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썰렁해진 양재동 먹자골목. 사진=김도훈 기자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며칠 전, 저녁 8시 35분경 신도림역. 오랜만에 신도림역에서 환승을 하였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말미암아 정부는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밤 9시 멈춤’이 시행된 날이라 시민들의 귀갓길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이 시간대 신도림역의 환승 공간이나 승강장은 언제나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평소에도 러시아워가 따로 없을 정도로 붐벼 신도림역에서 환승하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이용해야 한다.

9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조급한 마음에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환승을 하였다. 하지만 혼잡하기로 소문난 신도림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했다. 일찌감치 귀가를 한 것인지, 아예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역의 풍경은 평상시와 다르게 몹시 낯 설기까지 하였다. 전철을 기다리는 승강장도 보통 두 줄로 길게 서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뒤섞여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지만 이용자들은 크게 감소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시책에 기꺼이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은 곳곳에서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도시의 모든 기능이 활력을 잃어버렸다. 그럴 것이 코로나 사태가 벌써 1년이 다 돼 가지 않는가. 

엊그제는 명동성당 근처 볼일이 있어 지나다, 정말이지 너무도 을씨년스러운 상가 풍경으로 인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가들은 공실이 즐비했고, 빈 점포 유리창 너머로 각종 광고 전단지만 바닥에 쌓여 있었다. 명동 골목길은 인적이 끊겨 디스토피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뒷골목 분위기를 풍겼다. 

국내 최대 번화가 중 한 곳인 명동거리는 시민들이 무리지어 활보하며 쇼핑을 하던 시끌벅적한 곳이었지만 언제 그랬냐싶게 정적마저 감돌았다. 명동의 화장품가게, 옷집 등에 가득가득하게 진열된 상품들과 사람들이 일시에 어디론가 전부 사라진 듯하다. 

단절! 이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모두들 단절된 채로 단지 집안에만 머무는 것일까. 

단절의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 멀리 떨어져 사는 형제들을 못 본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지난 추석 때도 모이지 못했는데 이러다 내년 설날에도 고향에 못가는 건 아닐까. 실직한 젊은이들도 단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네의 나이 많은 노인들은 집밖으로 잘 나오지 않은 채 단절됐다. 마트에 다녀오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사는 어르신을 만났다. “꼭 피난 나와서 그저 삼시세끼 밥만 겨우 먹고 사는 것 같다.” 며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한숨 짓는다. 대화도 잠시 뿐 얼른 각자 집으로 들어가기 바쁘다. 

외출을 해도 편하게 앉아 차 한 잔 마실 곳도 없다. 테이크아웃을 이용하더라도 앉을 곳도 없는데다,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다. 그랬다간 당장이라도 누가 신고할 것만 같다. 의자를 모두 치운 카페에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가게 주인이 외로워 보인다. 그도 텅 빈 카페에서 단절된 하루를 보낸다.

12월 이맘때면 송년모임이 줄줄이 잡혀있을 테지만 다들 취소하기로 했다. 지인이 말하길, “이번 송년모임은 코로나 핑계로 안 만나길 잘했다고들 한다. 모임에서 만나면 틀림없이 집값을 화제로 얘기할 텐데, 누구 네 집은 얼마가 올랐고, 반면에 집 안사고 버틴 사람은 억울해서 분기탱천할 것이고....... 차라리 모임을 안 갖는 게 낫다.”는 말을 해서 서로가 허탈하게 웃은 적 있다. 미친 집값 상승 역시 인간관계에 또 다른 단절을 낳았다.

국민들은 단절로 인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그들만의 리그로 연일 소란과 소동이 벌어진다. ‘검찰개혁’만이 모든 이슈를 잡아먹고 있다. 자영업, 소상공인, 단기 일자리 노동자 등의 삶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지만, 오로지 ‘검찰개혁’만 부르짖으며 정쟁에 몰두한다. 정부여당 인사들이 명동, 종로, 신촌 등 자영업의 몰락이 심각한 곳을 찾아 민생 탐방이라도 했던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의 가장 중요한 먹고사는 문제에 전력을 다해 매달려야 함에도 국민과 국회의사당의 거리는 멀기만 한 채 단절된 상태다.

더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를 인내로 견디고 있는 국민들은 이제나 저제나 백신 나오기만 기다린다. 감염병의 최고 대책은 빠른 시일 내 백신만 확보되면 안심해도 된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일상을 되찾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임무는 최대한 신속하게 안전한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미 영국은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시작하였고, 미국은 다음 주부터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서구 주요 국가들은 인구 대비 약 4배 접종 분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확보는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 정부는 자화자찬해 마지않은 K방역의 성과만 내세울 뿐, 그동안 수차례 백신의 접종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백신 확보를 태만히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간이 늦어진 이유는 안전하고 유효성 있는 백신을 선별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으나 설득력은 부족하다. 

백신 확보에 대한 정부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아스트라제네카와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아스트라제네카 외 화이자 등 몇 개 제약사와 백신을 선구매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백신 접종 시기는 내년 중반쯤에나 실시된 예정이라는 말이 아닌가. 정부가 백신 확보에 늑장을 부린 결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 계절은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돼 눈도 제법 내렸다. 긴 추위가 이어지는 시기를 맞아 백신 접종 시기마저 불투명하니 다들 가슴에 울화만 쌓여간다. 비대면과 무접촉이라는 생소한 의미의 단절은 고통이 되어가고 있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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