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2020년의 상징 '3밀'
상태바
[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2020년의 상징 '3밀'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12.22 11:50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교보생명
사진=교보생명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누구나 다 마찬가지였죠. 코로나로 꼼짝 못하고 보낸 1년이 참 아쉽습니다.

어머니나 공기는 없어봐야 그 엄청난 가치를 알게 됩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 하나 있다면 이전의 일상이 그토록 좋았다는 겁니다. 아니 하루하루가 대박이었고 행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걸 모르고 살았습니다.

지난 석 달 동안 광화문 교보빌딩 큰 벽면엔 유명 시인의 시나 다른 문학작품의 명문 아포리즘이 아닌 가수 <시인과 촌장>이 옛날에 불렀던 노래 ‘풍경’ 중 한 대목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붙었었습니다.

참 허무하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그토록 안간힘을 쓰며 살았던 것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나 내일이 아니고 어제로 회복, 뒷걸음질 정도였다니 말입니다. 새삼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두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며 고통과 위기를 견뎠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나쁜 지금은 가지 않고 ‘아름다운 지난날’이 쉬이 오지 않네요. 아, 어차피 과거는 흘러가면 그만이지 어찌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참 이상합니다. 어딜 가지 못하고 누굴 만나지 못하면 전화로 대서사를 나눠도 될 텐데, 통화마저 심드렁해져서 그냥 SNS 글 몇 줄 읽는 걸로 세상과 소통을 대신하고 만 것 같습니다. 뭐, 마스크는 침묵이 더 어울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5월부터 스피치 교육 중단에 외부 강의 또한 거의 다 끊기고 말아서 제 혀도 많이 쓰질 못했더니 묵직한 군살이 붙어 둔해진 듯싶습니다. 이 혀로 강단에 서서 ‘청산유수 설레발’을 다시 칠 수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귀는 더욱 명민해지지 않았을까요? 애초에 코로나 물러간다는 좋은 소식 들리지 않을까 하고 크게 열어두기도 했지만 남의 말들은 대형 깔때기처럼 귀에 속속 담겼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떤 말이 많이 귀에 박혀 못이 됐나요? 스테이 홈이 어떻고 줌, 재택근무, PCR검사...도 수도 없이 들려온 말이었지만, ‘3밀’이 2020년 상징어가 되지 않던가요? 밀접, 밀착, 밀폐 말입니다.  

몸은 멀리 맘은 가깝게라며 1대 1이라도 가까운 접촉을 경계한 밀접, 사람들이 여럿 모이는 곳은 가지 말라는 밀집, 실내는 주기적으로 환기와 소독이 필요하다는 밀폐...이 3밀, 지키지 않으면 진짜 대역죄가 되고 마는 세상을 살아야 했습니다.

결국 3밀(密)을 배격 못해 코로나가 창궐한 것은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내로남불 아니 ‘아시타비(我是他非)’ 교훈과도 맞닿는다는 생각입니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뜻이 ‘아시타비’ 아니겠습니까.

난 위생을 철저히 하고 남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이 모양이 된 것은 남의 잘못 아니냐고 나는 제외된 사람들 탓으로 돌리고 싶습니다.

전염병이 무성하자 일상이 짜증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작은 잘못까지도 상스러운 소리로 서로 헐뜯는 것은 모두 공멸하는 소모적 싸움만 되고 말겠죠. 나만 옳다며 죽자 사자 하다가 내가 이겼다라고 외치는 순간 상대가 사라지면 나 역시 죽고 마는 어리석음을 지적한 말이라 봅니다.

바라건대 2021년 말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코로나 영구 아웃’이 됐음 참 좋겠습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