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확진자의 비애(悲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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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코로나 확진자의 비애(悲哀)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0.12.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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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만 보건 관계자들이 타이베이 국립음악당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 3월 대만 보건 관계자들이 타이베이 국립음악당을 소독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미국인들은 앤서니 파우치(Dr. Anthony Fauci)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장을 ‘감염병 대통령’이라 부르며 신뢰한다. 파우치 소장이 지난 12월 19일 CNN에 나와 어린이에게서 “코로나가 퍼지는데 산타(Santa Claus) 할아버지가 올 수 있나요”란 질문을 받고 “내가 북극(北極)으로 출장을 가서 산타에게 백신을 놔주었다”고 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COVID-19 백신주사를 맞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데, 우리는 언제쯤 확실히 맞을 수 있을까?

의사이자 과학자인 파우치(1940년生) 박사는 1966년 코넬대(Cornell University)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28세에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취직했다. 1984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36년 동안 6명의 대통령 밑에서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 소장으로 일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일하게 되면 대통령 7명과 일하는 셈이다.

파우치 소장은 에이즈(AIDS), 에볼라(Ebola) 등의 감염병 위기 때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며 미국인에게 감엽병의 위험과 예방법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이 없어도 결국 코로나는 사라질 것”이란 주장을 펴자, 파우치 박사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2월 18일 “백신 덕분에 COVID-19를 부숴버릴 수 있을 것”이라며 22일 보건복지부 장과, 국립보건원장 등 보건당국자와 함께 모더나(Moderna) 백신주사를 맞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방송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1분기 접종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일하게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도 “1000만명분이 1분기에 모두 오는 것은 아니고 순차적으로 반입된다”고 밝혔다. 세계 30여 국이 접종에 들어갔거나 12월 중 접종을 시작하므로 우리나라는 적어도 두 달 이상 늦어진다. 현재 백신만이 코로나19의 최종 해결사이므로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集團免疫)을 확보해야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 

조선일보 12월 14일자 1면의 머리기사 제목은 “무너진 K방역... 이젠 국민 각자가 방역사령탑이다”였으며, 19일자에는 “병상없어 6명째(이번달) 사망, 수도권만 입원대기 841명”이었다. 국내 첫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로부터 327일 만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문재인정부는 ‘K방역’으로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이 됐다고 자랑하면서 홍보에만 1200여억을 썼다. K방역은 지난 3월 1차 유행 시에는 코로나 진단키트와 드라이브 수루 검사 등으로 성공했으나, 11월 중순부터 본격화한 국내 ‘3차 대유행’에 대비한 방역준비는 미비했다.

한편 ‘T(Taiwan) 방역’이 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에서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코로나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대만을 꼽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대만(타이완)에 처음 나온 것을 우리나라보다 하루 늦은 1월 21일이다. 대만(臺灣)정부는 먼저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발 입국을 금지했고, 모든 입국객에 대한 코로나 검사를 엄격히 시행했다.

코로나 발생 사흘 만에 마스크 수출 금지와 배급제를 실시하면서 실시간 재고(在庫) 앱을 만들어 발표했다. 그리고 코로나 무료검사를 실시해 무증상(無症狀) 감염자를 찾아내는 포착망을 조기에 구축했다. 대만 방역의 주요 개념은 상황을 예상한 강력한 사전 대비(超强部署)이다. 이에 최대 명절인 중추절(仲秋節, 秋夕, 10월 1일)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즐길 수 있었다.

대만(인구: 2381만명)의 코로나 확진자는 12월 22일 오후 2시 기준 766명,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하여 사망률은 0.9%이다. 그리고 4월 12일 이후 해외유입을 제외하면 대만 내 지역사회 감염 코로나 확진자는 한 명도 없어 ‘코로나 청정국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12월 23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1092명(해외유입 32명) 늘어 누적 5만2550명이며, 사망자는 전날보다 17명 늘어 누적 739명이 되어서 평균 사망률은 1.41%다.

대만은 ‘방역’과 더불어 ‘경제’도 성공했다. 코로나 추경(追更)은 한국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올해 2.5%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4배에 달하는 추경을 쏟아 붓고도 성장률은 -1.1%이다. 또한 올해 국내 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財政赤字) 비율도 한국은 5.7%이지만, 대만은 1.5% 수준이다. 한국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대중 수출은 6% 감소했다. 그러나 대만은 중국을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했지만 대중 수출은 10% 늘었다.

지난 9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2020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중 한 명으로 정은경(鄭銀敬, 1965년生) 질병관리청장(차관급)이 선정되자, 문재인정부는 “K방역이 세계가 본받아야 할 모범으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타임이 차이잉원(Tsai Ing-wen, 蔡英文, 1956년生) 대만 총통(總統)을 표지 인물로 선정했다. 또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는 차이잉원 총통을 2020년 여성(Women of 2020) 12명 중 한 명으로 뽑았다.

차이잉원(蔡英文)은 국립대만대학 법학과 졸업 후 미국 코넬대학에서 석사, 영국 런던정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1984년부터 대만 국립정치대학 법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0년 대선에서 민진당 천수이벤 총통이 당선되면서 대륙위원회 주임(장관)에 발탁됐으며 2006년에는 행정원 부원장(부총리)까지 올랐다. 2016년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대만의 첫 여성 총통으로 당선되었으며, 2020년 재선에 성공한 中華民國第15任總統(President of the Republic of China(Taiwan)이다.   

통계청이 12월 11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코로나 낙인(烙印)’에 대한 두려움이 코로나19에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를 넘어설 정도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건강커뮤니케이션)가 올해 총 7차례에 걸쳐 성인 남녀 1000명씩을 대상으로 ‘코로나 국민인식조사’를 시행한 결과, 올 상반기엔 대체로 코로나 낙인 두려움이 코로나 확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설 정도로 공포감이 컸다.

유명순 교수팀이 실시한 설문조사 문항 가운데 ‘확진될까 두렵다’와 ‘확진이란 이유로 비난받고 피해 입을 것이 두렵다’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 3월의 경우 각각 58.3%와 68.3%로 낙인 공포가 확진 공포보다 10%포인트 높았다. 이와 같은 코로나 낙인 공포는 4월과 5월 조사에서도 60.2%와 57.1%로 60% 안팎을 유지했다. 8월 이후 코로나가 재확산하고, 10월 들어 다시 확산세가 이어지며 ‘낙인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도 더 늘었다. 지난 10월 말 조사에선 10명 중 7명 정도(67.8%)가 낙인 공포를 걱정할 정도였다.

유 교수팀의 설문에서 ‘방역 대책이 강화돼야 할 때라면 인권 보호는 후순위로 미뤄둬야 한다’에 찬성하는 응답은 10명 중 8명(78.2%)에 달했다. 우리나라 국민이 ‘방역’과 ‘인권’이 충돌할 때 대부분 ‘방역’을 지지했다는 점은 미국이나 유럽 일각에선 사교 모임 자제나, 휴대전화 위치 정보 활용 등을 인권침해로 보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갤럽 인터내셔널(Gallup International)이 지난 3월 28개국 성인 2만5천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자의 80%가량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의 권리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미국(45%), 독일(71%), 영국(72%) 등에 비해 높았고, 28국 평균(75%)에 비해도 높은 수치였다.

최근 전라북도 순창군청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간호직 5급 과장을 직위해제하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Korean Pediatric Association)는 “코로나19 감염(感染) 이유로 직위해제 한 것은 마녀 사냥한 것이며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순창군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의사회는 “순창보건의료원 A과장이 처벌받아야 한다면 코로나19 초기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은 정부도 처벌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낙인’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감염 경로를 밝히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는 자발적 진단 참여를 회피하게 만들 수 있어 자칫 코로나 확산이 가속될 수 있다. 이에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대중에게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치료를 잘 받으면 전파력이 점차 줄어들고, 완치 이후엔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 코로나19 첫 확진자는 1월 19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인 35세 여성으로 20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국 국적인 첫 확진자는 1월 24일 우한을 다녀온 55세 남성이다. 코로나19 첫 사망자는 2월 19일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 폐렴(肺炎)으로 사망한 63세 남성 환자에 대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한 결과 검체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망진단서(시체검안서, 屍體檢案書)에 역사상 올해 처음 등장한 단어가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2-3월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의료진도 장례업자도 시신(屍身)에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평소 15만원이던 운구차(運柩車) 비용도 ‘위험수당’을 포함해 5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여느 죽음과는 다르게 3일장(3日葬)을 한 뒤에 화장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감염(感染) 우려 때문에 24시간 안에 화장(火葬)을 마쳐야 한다. 화장장에는 고인의 영정도 위패도 없이, 관(棺)이 지나간 자리마다 소독약을 뿌린다.

코로나19 환자가 병원이나 자택에서 사망하면 방호복을 입고 현장에 들어가서 시신을 그대로 이중 비닐 팩으로 싸서 밀봉을 한다. 그리고 시신 가방(body bag)에 담고 관에 넣어야 하므로 일반 주검과 같이 염습(殮襲)을 할 수가 없다. 염(殮)은 ‘묶는다’, 습(襲)은 ‘목욕시키고 갈아입힌다’는 뜻이다. 또한 유족은 밀접 접촉자이거나 확진자인 경우가 많아 모두 격리되는 바람에 임종(臨終)을 못 지키고 장례도 제대로 못 치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 일요일(12월 20일) 오전에 우리 교회 교인(60대 여성) 한 분이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소천(召天)했다. 곧 시신을 화장한 후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殯所)를 설치했으나 유가족들이 코로나19 확진 또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장례식장이 폐쇄되고 교회 주관 발인예배(23일 오전 10시)도 취소했다. 이에 교인들은 각자 집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장례식장을 다녀온 목사, 전도사, 교인들은 코로나 선별검사를 받았으며, 다행히 모두 음성으로 판정되었다.

사람은 엄마 자궁 속에서 약 280일 동안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후에 좁은 산도(産道)를 통해 필사적으로 이 세상에 나와서 세상살이를 하다가 저 세상으로 떠난다. 이에 삶(生)과 죽음(死)을 하나로 보면서,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망자(亡者)의 얼굴은 코로나19든 뭐든 사인(死因)과 관계없이 모두 평온하다고 한다. 코로나19(COVID-19)로 별세하신 모든 분들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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