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도 막혔다' 추위 속 새해 맞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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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도 막혔다' 추위 속 새해 맞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1.01.05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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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집단해고 문제를 알리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집단해고 문제를 알리고 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청소 노동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집단 해고를 당했다며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16일부터 LG트윈타워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이 추운 겨울임에도 전기를 끊고 음식 공급마저 끊으려했으며 이 때문에 고령의 여성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는 상황이 SNS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새해 첫 날부터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복직을 외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가 2021년을 사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LG트윈타워는 그룹 계열사인 S&I가 용역 계약을 통해 관리하고 있으며 청소노동자들은 S&I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업체를 통해 비정규 노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30일 계약 만료 통보가 이루어졌고 이 만료 통보가 노조에 가입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즉 원청인 LG가 용역업체 변경을 빌미로 노조 활동을 한 이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노조는 "용역 계약 변경 시기가 되자마자 집단해고를 밀어붙인 것은 원청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고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업체가 계약한 LG 건물 중 LG트윈타워에서만, 그것도 노조에 가입한 직종인 미화직만 용역 변경과 집단해고를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S&I는 "지난해 초부터 입주 고객사, 입주사들의 불만이 제기됐고 서비스 품질 저하가 계약해지의 가장 큰 이유였다. 만 65세로 정년이 지나 계약해지된 인력이 있고 생활안정 조치에 동의한 인원들이 있는데 일부 근로자가 '70세까지 정년 연장' 등을 주장하며 점거시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지난달 31일 S&I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온 청소노동자 80여명에게 집단해고를 통보했다. 1일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에서 "고용승계 한 마디면 될 일이었다. 우리 청소노동자들도 대부분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들이다. 새벽 첫차 타고 일해서 받은 최저임금으로 자식들 키우고 대출금 갚으며 살림을 꾸리고 있다. 이 겨울에 쫓겨나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추위가 계속되던 지난 1일 LG가 농성장의 전기와 난방을 모두 끊어버리고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가져온 식사를 모두 차단하는 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알려졌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LG 측은 어머니가 굶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자녀가 싸들고 온 음식도 막았고 식사를 전달하려는 활동가들에게 경비용역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등 노동자들을 고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LG의 처사에 분노한 시민들이 늘어났고 결국 LG는 식사 반입을 허용했다. LG 측은 "사전에 외부 물품 반입 제한 관련 통보를 했고 그에 따른 조치를 했으며 이후 식사 반입은 재개됐다. 난방은 휴일 수준으로 돌려졌으며 전기는 방역을 위해 일시 차단 후 복구했다"면서 '임시조치'라고 해명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회전문을 밀어 저녁밥을 전달하려 하자 경비용역이 나와 폭력을 행사했고 문틈으로 빵과 우유를 전달하려하자 경비용역들이 빼앗아가 문밖에 갖다 버렸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경찰들은 중립 운운하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LG는 청소노동자를 죽이려 하는 것이냐?"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LG가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

환갑을 넘은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은 주휴수당 없는 주말 근무와 갑질이 원인이었다. 평일 근무시간을 축소시키는 대산 해당 근무를 격주 토요일 근무로 채우면서 주휴수당 없이 주말 근무를 시키고 야간조 감독은 노동자들의 추가 업무수당을 자신의 개인계좌에 입금하도록 했으며 청소노동자들에게 비싼 음식을 사오라고 시키고 말을 듣지 않는 노동자에게는 어려운 일을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 노조에 참여한 이들이 지금 엄동설한에 떨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계약 연장'을 위해 억지를 부린다고 말하고 '집단 이기주의'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들이 추위 속에서 밥까지 먹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LG를 향해 시민단체들은 'LG 불매운동'으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구광모 회장과 구내식당에서 밥 한 끼 먹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제안에도 LG는 묵묵부답이다.

새해 벽두부터 차가운 추위를 뚫고 복직을 외치는 고령의 여성노동자들. 우리의 엄마들이 이처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최소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라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 이들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누군가의 엄마이기에 그렇다. 아니, 그 이전에 존엄한 인권을 가진 한 인간이기에 그렇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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