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마린시티 '부정청약' 사태…피해자 구제방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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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시티 '부정청약' 사태…피해자 구제방안 없어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1.01.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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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아파트 최초청약자 41명 위장전입·결혼 '부정청약'
분양권 매수 입주자 중 36개 가구 부정청약 사실 몰라
엄정숙 변호사 "분양권 거래 잘못하면 명도소송 위험"

최초청약인의 부정청약으로 살던 집을 한순간에 잃을 위기에 놓인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자이아파트 입주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선의의 피해자'에 대한 법리적 구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법 65조에는 불법청약에 대한 사업주체의 취소 권한은 있지만 분양권을 취득한 제 3자를 보호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이와 관련 "분양권 거래를 잘못하면 명도소송을 당할 수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편집자주>

부산 마린시티 자이아파트 '부정청약' 사태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살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부산 마린시티 야경. 사진=뉴시스
부산 마린시티 자이아파트 '부정청약' 사태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살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부산 마린시티 야경.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 부산 마린시티 자이에 살고 있는 A씨는 명도소송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2016년 분양권을 구입해 입주했는데, 알고 보니 부정당첨자의 분양권을 매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가 거주하는 동안 시세는 6억이 올랐지만 시행사는 해당 계약이 무효라면서 분양가인 5억만 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부산 마린시티 자이아파트는 2016년 분양 당시 마린시티 내 마지막 들어서는 아파트라는 홍보와 함께 최고 청약 경쟁률 450대 1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경찰청 수사 결과 41명이 위장전입, 위장결혼 등 부정한 방법으로 당첨된 뒤 막대한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되판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사는 2016년 부정청약을 이유로 현 입주자들을 상대로 분양 취소 절차를 밟고 있고, 36개 입주 가구는 부정청약 사실을 알지 못하고 분양권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36개 입주 가구 입주자들은 하루 아침에 집에서 쫓겨날 상황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법리적 구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정당첨자가 전매한 분양권을 취득한 제 3자를 보호하는 규정은 주택법에 없기 때문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주택법 65조는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거나 공급받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분양권 거래를 잘못하면 명도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명도소송'이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건물에서 나가달라고 제기하는 소송으로, 분양권 관련 분쟁에서는 시행사가 거주자에게 분양금액을 되돌려준 뒤 퇴거를 요청한 후 명도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엄 변호사에 따르면 주택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분양권에 당첨된 경우 공급계약을 취소하고 퇴거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부정 당첨된 분양권인지 모르고 매수했다 하더라도 현행 법률로는 구제방안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특히, 소송을 당할 경우 길고 복잡한 명도소송 절차를 감내해야 할 뿐 아니라 패소 시 소송 비용과 강제집행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2016년 분양 당시 부산 마린시티 자이아파트 조감도. 사진=뉴시스
2016년 분양 당시 부산 마린시티 자이아파트 조감도. 사진=뉴시스

엄 변호사는 "주택법 65조는 주택의 공급질서를 위해 마련된 법률이기 때문에 선의의 제 3자 피해 구제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선의의 전매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정청약 분양권을 인정하게 되면 부정청약 사례가 더욱 남발돼 주택공급 질서가 혼란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 측에서는 주택법 제65조에 의한 공급계약 무효를 주장하면서 이들로부터 매수한 분양권 역시 무효가 된다고 주장할 것"이라면서 "다만, 분양권 매수자에 대한 해석은 '단속규정'으로 보느냐, '효력규정'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법 62조 2항 2호에서는 부정청약 시 '주택을 공급받은 자'에 대한 당연무효를 명시하고 있지만 법원이 분양권 매수자에 대한 법적 성질을 '단속규정'으로 본다면 민사상 계약인 전매는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현재 주류적 태도는 '효력규정'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당첨된 분양권을 살 경우 투기과열지구, 청약과열지구일수록 이 같은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시행사 측은 부정청약 근절을 위해서라도 법적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최초청약인과 매수인 사이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선의의 피해자라고 판단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 

반면, 피해를 입게된 입주자들은 "최초청약인은 300만원 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프리미엄, 재산세, 취득세 등 막대한 재산피해는 매수인들이 다 보게 되면 부정청약을 근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해운대구는 지난 4일 시행사가 공급계약 취소에 나서자 이후 재분양 승인을 신청하도라도 승인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정청약 사실을 모른 채 아파트 분양권을 매수한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사의 재분양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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