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대충 살았다' 분노한 후손들
상태바
'독립운동가, 대충 살았다' 분노한 후손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1.18 12:54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화가 윤서인 SNS 글 파장, 논란 소지 발언 지속
"말 줄이려다 나온 실수"라면서 "도둑질하면서 독립운동" 폄하
광복회 '법적 조치' 결정 "거액 돈보다 잘못 깨우쳐야"
사진=윤서인 페이스북 캡처
사진=윤서인 페이스북 캡처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독립운동가들을 "대충 살았던 사람'이라고 폄하한 만화가 윤서인씨를 두고 광복회가 강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씨는 "말을 줄이려고 하다보니 나온 실수"라는 해명을 했지만 폄하 발언 이후에도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발언을 지속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물의를 계속 빚고 있다. '유튜브 후원금을 노린 행동'이라는 따가운 눈총도 여전하다.

지난 12일 윤서인씨는 자신의 SNS에 친일파 후손의 집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걸까? 사실 알고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이 공개된 후 누리꾼들은 윤씨를 향해 '독립운동가 모독, 친일파 옹호'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친일파들이 열심히 산 것은 맞다. 독립운동가들 밀고하고 돈 긁어모으고 도둑질하느라고", "친일파들에게 고문당한 것이 대충 산 삶인가?" 등의 비난이 쏟아졌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어이없는 막말에 대한 분노에 앞서 저런 자들과 동시대를 살아야한다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함께 밀려온다. 친일청산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이자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씨는 지난 14일 자신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을 향해 "내 관심은 코인이 아니라 계몽과 확장, 계몽과 확장엔 반드시 욕이 동반된다"라고 한 것을 비롯해 "아직도 100년 전 일제시대에 살고 있는 시대착오 허깨비 망상병자들이 득실득실한 나라",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들은 정작 나라를 만드는 데는 딱히 공헌이 없었다. 실제로는 니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친일파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등의 발언을 지속했다. 

그러자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독립운동가 장준하 선생의 아들인 장준호씨는 16일 SNS를 통해 "미친놈의 헛소리라고 하면 그만이겠지만 뒤돌아보면 나는 대충 산 것이 아니라 헛 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화가 나기보다 슬프다. 좀 더 독하게 '열심히' 살아봐야겠다"는 글을 남겼고 한국입법학회 회장인 정철승 변호사는 "이번 독립운동가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형사 고소뿐 아니라  위자료 청구도 함께 제기해볼까한다. 앞으로 윤서인은 돈 많이 벌어야겠다. 돈으로 죄값 치르려면"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윤씨는 18일 "논란이 된 글은 너무 짧게 쓴 게 실수였다. 표현이 부족해서 오해를 부른 점, 그래서 저들에게 빌미가 된 점은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씨에 따르면 글의 의도는 '퍼온 사진의 양극단 이분법이 진짜로 맞다면 친일파 후손들은 열심히 살았고 독립운동가 후손은 대충 산 사람이라는 뜻이 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위의 극단적인 비교처럼 말을 한다면 어떨까?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러니 그런 말도 안 되는 비교 따위는 집어치우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윤씨는 "기본적으로 독립운동가들이 대부분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승만처럼 아주 열심히 살았던 독립운동가도 있지만 술과 도박에 찌들어 살거나 도둑질을 하다가 독립운동에 나섰던 이도 있다"고 주장했고 "언론들은 저에게 '도'를 넘지 말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 하지만 저 언론들이 정해놓고 압박하는 도 밑에 제가 계속 눌려있을 수는 없다. 표현의 폭을 지키고 넓히는 것이 제 인생의 사명 같은 느낌도 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윤씨의 발언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광복회는 '법적 조치'를 결정했다며 이번 주 안에 고소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원웅 광복회 회장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자기 양심의 실체를 자기가 속한 민족공동체 운동에서 찾던 분들이고, 친일파들은 외세에 빌붙어서 동족을 배반한 대가로 형성한 부와 권력을 누려온 모리배들이다. 이 문제의 실체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망언을 한다는 것에 대해 독립운동가 후손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윤서인 사건은 단순히 윤서인 하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사람을 대응하는 풍토에 대해 우리가 한번 자기성찰을 할 필요가 있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김원웅 회장은 "광복회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전국에 8300명이 되고 이들에게 1인당 100만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면 83억원이 된다. 여기에 남은 7만2000명의 유족까지 합치면 규모가 훨씬 더 커진다. 돈을 원하기보다는 얼마나 이게 큰 잘못인지를 깨우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윤씨가 지난해 故 백남기씨 유족의 명예를 훼손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은 후에도 문제의 발언을 지속하고 있고 특히 700만원을 '유튜브 후원금'을 통해 지불하고도 금액이 남았다고 본인이 밝힌 점을 들면서 후원금을 위한 '의도적 도발'일 수 있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정철승 변호사는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도 후원금이 들어오고 수입이 늘어난다면 누구나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놔두는 것은 망언을 키우는 것이다. 윤씨가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음에도 이같은 말을 계속 하는 것은 '설마 실형이 나오겠느냐, 벌금형을 받아도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변호사는 "이번 법적 조치는 손해배상과 더불어 망언이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언행을 통해 얻은 이익을 뺏어보리고 그보다 더 큰 금전적 피해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볼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역사성이 있고 제3자의 입장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가난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것에 심한 분노를 느끼고 있기에 명예훼손, 모욕으로 충분히 판단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