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사태' 효과없는 日, 도쿄올림픽도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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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사태' 효과없는 日, 도쿄올림픽도 갈팡질팡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1.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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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각, IOC 개최 강행 의사에도 코로나 확산세 지속
고노 담당상 정부 인사 최초 '취소 가능성' 제기 "스가 지지율 하락 노린 듯"
'4년 후 연기', '무관중 개최', 'UN 중재' 등 나오지만 반향 없어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2021년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의 개막 여부가 6개월 가량 남은 현재까지도 불투명하다. 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긴급사태가 발령됐지만 확진자가 하루 5천명을 넘는 등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고 이 때문에 일본 국내에서도 올림픽 개최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무관중 개최 등도 논의되고 있지만 올림픽 효과를 생각해보면 이 역시 해결책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4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해 "감염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인류가 코로나19에 이긴 증거로 실현하겠다"며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스가 총리는 "일일 감염자 수가 3000명을 넘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도쿄 등 수도권 4개 지역에 긴급사태 선언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해 올림픽 개최 가능성에 의문을 남겼다.

이어 6일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올해 올림픽 개최 실현을 강조했다. 바흐 위원장은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 우려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나는 오히려 놀랄 것이다. 코로나 속에서도 일본은 야구 시합 등이 개최됐고 백신과 검사 개발도 진행중이기에 올림픽 개최시에는 사람들이 더 열의를 가지고 지원해줄 것이다. 어려운 싸움 끝에 손에 넣은 승리는 주어진 승리보다 훨씬 기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더 커졌다. 1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35.3%가 '올림픽 취소', 44.8%가 '재연기'를 택해 일본 국민의 80% 가량이 올림픽 7월 개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 미흡 등이 겹쳐지면서 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스가 총리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이러던 중 정부 인사 중 최초로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이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회의론에 불을 지폈다. 고노 담당상은 지난 1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관중 가능성 등 개최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로 어느 쪽으로 가게 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고 미국 및 유럽 언론들은 이 발언을 두고 "일본 각료가 올림픽 개최의 불확실성을 시인해면서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어두워졌다"고 보도했다.

도쿄올림픽 취소는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도 물론 문제지만 일본이 꿈꿨던 '부흥과 재건'이 완전히 날아간다는 점에서 국가 이미지에도 엄청난 타격이 될 수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큰 피해를 입은 뒤 피해의 치유를 위해 올림픽 경쟁에 나섰고 결국 2013년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일본은 성화의 출발 지점을 후쿠시마 원전과 가까운 곳으로 배치하고 원전 주변을 도는 코스를 만들었으며 구기종목 예선전을 후쿠시마에서 치르고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선수단에 공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일본이 방사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을 알리려했다.

그러나 개막을 앞두고 방사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올림픽에 대한 회의론이 일기 시작했고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일본을 사면초가로 만들었다. 결국 2020년 3월 도쿄올림픽의 1년 연기가 확정됐고 일본의 꿈도 1년 더 연기되는 것으로 마무리될 듯했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은 올림픽은 물론 일본 정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이어졌고 이는 아베 전 총리의 전격 사퇴로 이어졌다. 그리고 배턴을 이어받은 스가 총리의 지지율도 최근 하락세를 걷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가 총리의 지지율은 33%로 하락했으며 이 하락의 이유로 60%가 '코로나 정책'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의 해결 없이는 올림픽도 없다는 인식이 일본인들에게 팽배해져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정부는 아직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인류가 코로나를 극복한 증거를 보여주겠다"고 다시 한 번 말했고 하시모토 세이코 일본 올림픽상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를 극복한 나라가 될 것이다. 정부와 함께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목표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난 18일 도쿄 현지에서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전화 인터뷰를 한 박철현 작가는 "올해는 꼭 개최한다가 일본의 공식 견해지만 코로나가 만연되어 있고 일본 입헌민주당 중진의원이 코로나 검사를 못해 급사하는 경우까지 발생했으니 이 정도면 개최가 힘들 것"이라고 밝히면서 "스가 총리 지지율이 하락할 때 고노 담당상의 (올림픽 취소 가능성) 발언이 나왔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노 담당상이 차기 총리 1순위다. 차기 총리 자리를 두고 자기를 어필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도쿄올림픽을 거론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 조직위원회 내에서 2024년으로 올림픽을 재연기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며 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무관중 개최'를 제안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IOC 부위원장을 역임했던 캐반 고스파가 최근 호주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개최에 대해 스포츠와 국익을 벗어난 제3자의 판단이 필요하다면 UN에 물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도쿄올림픽 준비 과정의 문제와 코로나 방역 실패가 겹쳐지면서 일본 정부와 IOC의 바램과는 달리 올림픽 개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전 세계적으로 넓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복근 부상의 고통 속에서도 아시아 예선 통과를 이끌어온 배구선수 김연경이 얼마 전 남긴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어느 순간부터 기대감이 떨어졌다. 큰 기대를 할 수록 실망감이 커지더라. 지금은 (올림픽에 출전할) 기대감을 내려놓은 상황이다. 일본 내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저 기다릴 뿐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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