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작업' 놓고 또 갈라선 택배 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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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작업' 놓고 또 갈라선 택배 노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1.2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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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택배사, 노동자에 분류작업 강요하고 합의 파기하는 공문 보내"
사측 "공문 내용 사실무근, 합의 이행 준비 중에 노조 요구"
'29일 총파업' 예고, '택배기사 업무 부담 감소' 합리적 해결 필요성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분류작업 업무의 택배사 책임, 인력 투입 등이 명시된 택배 노사간 합의가 6일 만에 다시 깨지고 말았다. 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이 합의 내용과 달리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을 강요하는 공문을 내리며 이들을 다시 과로사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총파업 강행을 밝혔고 업체들은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무근이며 합의를 지키는 과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은 평행선을 걷고 있다. 결국 분류작업 책임과 시행 여부가 이들의 합의와 결렬을 만들어낸 셈이다.

지난 21일 택배 노사는 정부의 중재안에 최종 동의하며 합의를 이루었고 노조는 당초 27일로 예정한 총파업을 철회 했다. 이 합의안에는 가장 논란이 된 분류작업 임무를 택배사의 책임으로 하도록 했고 택배사가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투입해 그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또 택배사는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를 추진하고, 자동화 이전에 불가피하게 택배기사를 분류작업에 투입시켜야하는 경우에는 분류인력 투입 비용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내용이 담겼다. 분류작업 비용은 택배사가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대리점과 협의해 분담할 수 있도록 하고 대리점이 분류작업 비용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택배기사의 근무 시간을 주 6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고 심야배송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되, 설 특수기 등에는 오후 10시까지 허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택배사들이 합의문 파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합의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택배사들이 "지난해 자체적으로 발표했던 분류작업 인력만 투입하면 책임을 다한 것"이라면서 합의를 파기하고 택배기사들에게 분류작업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영업점, 대리점에 보냈다는 것이다.

지난해 택배기사들이 잇달아 과로사로 사망하면서 택배사들의 처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택배사들은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발표했고 CJ대한통운이 4000명, 롯데와 한진택배가 각각 1000명의 분류인력 투입을 밝혔다. 하지만 택배사들이 발표한 인력만으로 책임을 끝내려할 경우 택배기사들이 다시 분류작업에 투입되어야하고 이는 곧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전국택배노조는 27일 기자회견에서 "택배사들의 투입 계획은 사회적 합의문에 명시된대로 택배 노동자 개인별 택배 분류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택배 노동자에게 분류작업을 전가하고 과로사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가 어떻게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인가., 택배사들은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대책으로 여전히 일관하고 있고 노동자들은 또다시 죽음의 행렬을 목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조위원장은 28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합의는 원래 물량이 폭증하는 설 명절을 앞두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분류작업을 할 택배사 전담 인력을 투입하고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막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분류작업은 안 하는 것으로 합의가 나온 곳인데 이 합의가 끝나자마자 시행 여부에 대해 회사에 요청을 하니 택배사들이 '지난해 10월 스스로 발표했던 인력만 투입하겠다고 하고 택배비 인상 전에는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한다고 하면서 합의가 파기가 됐다. 결국 물량이 폭증하면 이번 설에도 택배노동자의 과로 위험이 굉장히 높게 나타날 위험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택배사들은 "합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그런 내용의 공문을 보낸 적이 없으며 합의 내용을 실천하고 있는 중에 노조가 오해를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측은 "택배사들이 합의 내용을 파기하고 분류인력 투입을 하지 않겠다고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연구 용역과 실태 조사를 통해 추가 인력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인력 투입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노조는 원청 택배사 대표와 노조 대표가 직접 만나 노사 협정서를 체결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태완 위원장은 "현재의 사회적 합의는 구속력이 전혀 없기에 택배사들이 택배비 인상까지 추가 인력 배치를 하지 않으려하고 인상 후에도 자신들의 계산을 통해 가능하면 하겠다는 식으로 '안 할 수도 있다'를 기본 바탕에 깔고 있다. 현 시점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노사 당사자가 만나 협정서를 쓰면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내용은 크게 바꿀 것도 없고 사회적 합의에서 합의한 수준으로 해서 구속력을 갖는 걱으로 하자. 그래야 이런 일이 반복되거나 뒤집어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추가 인력 배치 거부로 사회적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택배기사들에게 다시 과중한 업무를 부여한 것이라는 노조의 주장과 합의 이행 준비 과정에서 무조건 인력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는 택배사들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설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합의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문제들이 택배기사들의 계속된 과로사로 비롯된 것이니만큼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을 합리적으로 덜 수 있는 방법 마련과 택배사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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