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안중근 의사와 '입 안의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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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안중근 의사와 '입 안의 가시'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2.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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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가보훈처
사진=국가보훈처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독서광의 태도를 이만큼 잘 표현한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아시는 대로 항일독립운동가 안중근의사의 유묵(安重根義士 遺墨)이죠.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장렬한 최후를 눈앞에 둔 독립투사가 우리 후손들에게 공부를 해야 강해진다는 충혼을 담은 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중형극' 이 글귀는 오언(五言)으로 된 대구들을 모아놓은 조선시대 초학 교재 추구(推句)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 뜻을 안중근선생이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지 맨 처음 하신 말은 아니죠.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최근 가수 나훈아씨가 ‘테스형’에서 외치다 보니 꼭 그가 처음 던진 말로 착각이 드는데, 저만 그런가요...?

초등학교 때 문예반 선생님은 우리 문학새싹들에게 이르길 “좋은 글을 쓰려면 남의 글을 많이 읽고, 일단 적어서 흉내를 내라”고 하셨습니다. 그 신의 한수 지도를 잘 따른 전 중학교에 이르러 대형사고 1건을 칩니다.

바로 이효석 작가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제목은 물론 플롯을 그대로 흉내낸 단편소설 <보리가 익을 무렵>을 썼는데 이 소설이 학생신문 전국 장원을 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메밀꽃을 왜 몰랐겠습니까. 보리...도 훌륭하다고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하지만 반백년이 지난 지금도 뻘쭘~해지는 사건입니다.

전치사 공부에 압도적 도움을 준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명연설 “(The)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말 또한 원작자 논쟁이 분분합니다. 

먼 옛날, 아테네의 클레온이라는 한 정치가의 연설 내용 중에 있었다 하고요, 기록으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자료는 위클리프 번역 성경 서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남북전쟁 때 나온 이 말을 두고 어느 누구도 링컨을 표절자라 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제2의 창작물로 여기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존경을 많이 하고 있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과거 치욕에서도 배워, 같은 잘못을 하지 말자는 교훈을 주는 명언 중 명언. 영어로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한자론 '忘歷史之民族無未來(망역사지민족 무미래)'가 되겠죠.

이 말 또한 우리는 단재 신채호 선생을 원작자로 알고 있는데, 그분은 평생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단재 선생이 외치셨던 항일정신의 가치와 일치하는 말인 것은 분명합니다. 

역사학자 카(E.H.Carr), 대정치가 처칠 등이 했던 말 아닌가 하는 추론이 있었지만 두 사람 다 아니고 원작자는 많은 글을 남긴 미상(未詳)선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위의 시, 미국의 사상가 겸 시인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이다? 아닙니다. 에머스 재단의 홈페이지에는 정확한 안내가 있습니다. '<성공> 시는 에머슨이 쓴 게 아닙니다. 에머슨의 글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어느 독자가 보내온 글입니다...'

위인들은 어떤 말을 보거나 듣고 그게 지닌 빼어난 사상을 가지며 정확히 실천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 그 말이 그 사람이 한 게 아니었어?!’하며 절대 실망할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제 표절소설도 정당하다고 평가를 받았잖아요? 하하하!!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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