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바람에 날아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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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바람에 날아간 말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2.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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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중세시대에 한 수도사가 실제 겪은 일, 기록으로 전합니다.

한 젊은 사람이 수도원을 찾아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청춘 “제가 한 사람의 허물을 좀 심하게 말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어서 후회가 됩니다".
수도사 “죄 짓기가 이렇게 쉽다니까”.
청춘 “사함을 받을 수 있을까요?”
수도사는 새의 깃털을 한 움큼 건네주면서 말했습니다. “지금부터 동네 모든 집 대문 앞에 이 새털 하나씩을 놓고 오너라”.

젊은 친구는 어떻게든 죄에서 벗어나려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깃털을 모 회사의 '로켓배송'보다 더 빠르게 문 앞에 쫘악 깔고 돌아와 외쳤습니다. “이젠 됐나요?”

수도사는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아직이거든. 얼른 그 깃털을 모두 회수해 오너라”.
“그것은 가벼워 바람에 모두 날아가 버렸고,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시 뛰어나간 젊은이 빈손을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도사가 말합니다. “그렇다. 네가 말한 중상모략도 가볍기 이를 데 없어서 다시 주워 담기 불가능하다”.

최근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의 공기가 무척 탁해졌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대도시의 대기오염을 자동차와 공장이 내뿜는 매연 탓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요, 제가 정밀연구해본 결과 그게 아니었습니다. 독성 강한 말들이 공중에 마구 흩뿌려져 바람을 타고 공기 질을 심하게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예전에 연탄가스가 사람들 목숨을 쉽게 앗아가는 걸 많이 봤잖습니까. 중상모략에서 나온 험담은 그걸 맡는 사람의 머리를 마비시켜버립니다. 
사실이 아니기에 그럴 듯하게 과장하고 꾸미기가 쉽고 그것은 그 어떤 연예정보나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해집니다. 상대를 죽이려 퍼붓는 악담이 그렇다는 것이죠.

특히 서울, 부산의 공기가 왜 그리 심하게 오염돼가고 있는지 궁금하시다고요? 모르세요? 대선 버금 갈 큰 보궐선거 앞두고 각 당 후보자가 경쟁자들에게 무던히도 비방의 말을 날리는데, 그게 건전하고 생산적인 비판이 아닌 무작정의 비난이기에 아주 나쁘다 이 말입니다. 치명적인 이 바이러스엔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습니다.

'눈 먼 돈, 절름발이 행정, 국민은 벙어리가 되고 만다, 사이코패스 적 발상이다, 조현병 환자나 할 말...'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에 '양아치, 또라이 어쩌고...' 이런 말들이 후보자나 아님 그들을 대변한다는 참모들의 입에서 질질 깨진 바가지 물 새듯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팽팽한 접점을 이루고 있는 시점에서 약간 센 공격의 말이 나올 수도 있을 겁니다만, 문제는 우선 내용부터 사실과 많이 다른 점입니다. 남을 헐뜯고 비웃고 경멸할 때, 당사자가 어디 기분이 좋겠습니까. 더 큰 비방으로 응수합니다.

글이나 제출 전 서류라면 엔터를 치기 전에 수정의 기회라도 있는데요, 입 밖의 말은 너무나 가볍고 속도가 빠르고 금방 자라며 바로 휘발되고 맙니다. 혹 입에선 정상의 눈덩이가 첨엔 주먹 크기일지라도 아래로 데굴데굴 구르면 이윽고 코끼리처럼 커져 내려옵니다.

시기, 질투, 열등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이 비방입니다. 선거에서 1위는 몸조심하느라 가만히 있고, 3위는 포기해서 잠잠인데 반해, 마구 상대 흉을 보는 사람은 몸이 달아오르고 초조한 2위랍니다.      

‘그냥 말할 걸~’하고 입을 못 열었던 것, ‘그 말을 내가 왜 했지!’ 둘 다 후회하긴 마찬가지입니다만, 앞의 경우는 기회가 또 온다니까요! 이게 혀 다스리는 지혜!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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