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자발적 매춘부' 램지어 지지하는 한국 극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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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자발적 매춘부' 램지어 지지하는 한국 극우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2.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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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교수 등에 이메일 "외부인은 문제 논할 권한 없다"
이용수 할머니 '가짜증인' 폄하, 미디어워치 편집장 "할머니들 못 믿는다"
"가짜 연행 증거 없다", "위안부 왜곡 깨우는 경종" 칼럼도
마크 램지어 교수. 사진=유튜브 캡처
마크 램지어 교수. 사진=유튜브 캡처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두고 국내외의 비판이 계속되고 이에 맞서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논문 게재'를 요구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 위안부 피해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고 가는 이들이 나오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마크 램지어 교수는 최근 논문을 통해 일본군에 끌려간 피해자들을 '성매매 계약을 통해 자발적으로 들어간 매춘부'로 규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램지어 교수가 18세까지 일본에서 생활했고 지난 23년간 일본의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2018년에 일본 정부의 훈장을 받는 것 등이 알려지면서 국내 여론이 더 나빠졌고 '친일파'라는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하버드대 학생들과 학계, 미국 정계도 램지어 교수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참한 수준의 결함"(카터 애커티 하버드대 한국사 교수), "출처가 불분명하고, 학문적으로 얼빠진 논문"(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 등의 평가가 나왔고 이 논문을 게재하려던 '국제법률경제리뷰'는 '우려 표명' 입장을 내며 게재를 유보했다.

그러나 극우 성향인 일본 역사인식연구회의 니시오카 쓰토무 회장은 "램지어의 논문은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 이 논문은 해당 문제에 대한 학문적 논쟁을 심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고 학문의 자유와 학문적 연구를 훌륭하게 대변해줬다"고 옹호했다. 또 이 단체와 관련된 일본 전현직 교수도 국제법률경제리뷰에 램지어 교수를 지지하는 서한을 보내며 '탁월한 학문적 가치'라고 목소리를 냈다.

여기에 최근 한국의 극우 인사들이 국제법률경제리뷰에 램지어 교수 지지 서한을 보내고 이를 옹호하는 유튜브 방송을 하는 등 위안부 피해자들을 폄하하는 활동을 하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램지어 교수를 비판한 미국 학자들에게 "외부인은 이 문제를 논할 권한이 없다. 이용수 할머니는 거짓 증언자"라는 이메일올 보내고 '강제연행을 믿지 않는다. 계약을 하고 갔다'는 식으로 위안부를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반일종족주의>의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친일 강의'로 논란을 일으킨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극우논객 정규재씨, 황의원 미디어워치 대표 등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논란과 관련해 하버드 한국계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수의 사과와 학술지 측에 느닷없이 논문철회부터 요구하고 나선 반학문적 망동에 특히 경악한다"면서 "이번 하버드 한국계 학생들의 반학문적 행태야말로 해외 언론들의 심각한 비판적 기삿거리가 되고 이에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빌미를 주지 않을 지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학생들을 그렇게 이끈 불온한 어른들이 있었다면 먼저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램지어의 논문은 '위안부=매춘부'를 입증하는 내용이 아니라 성노예설의 시각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위안소 업주와 위안부 간의 독특한 계약형태 및 계약조건을 게임이론의 '신뢰할만한 서약' 개념으로 설명한 것"이라면서 "일본과 조선의 국내 매춘업에서 업주와 여성 간에 왜 거액의 전차금을 주고받는 연한 계약을 맺었는지, 업주와 여성 간의 독특한 수익 분배 방식은 왜 생겼는지를 법경제학적 관점에서 구명한 것"이라며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심지어 앞에서 '얼빠진 논문'이라고 비판했던 알렉시스 더근 교수 등에게 "외부인은 위안부 문제를 논할 권한이 없다. 당신의 개입은 토론을 방해할 뿐이다"라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이메일에서 이용수 할머니를 '가짜 증인'이라고 규정하며 "과거 공중파 방송에서 '빨간 드레스와 가죽구두를 건네는 업자'의 유혹에 못이겨 매춘을 하게 됐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거짓말쟁이의 증언을 하버드 대학에서 또 듣겠다는 것이냐?"라고 밝혔다. 이는 오는 17일 하버드 법대 아시아계 학생회가 이용수 할머니 등을 초청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반박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열기로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 이메일에 대표로 이름을 올린 황의원 미디어워치 편집장은 15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군 대상으로 하는 매춘부다. 강남 오피스(성매매 업소)와 똑같은 시스템이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 우익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고 생각하며 (할머니들 말씀은) 솔직히 믿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디어워치에는 '강제연행을 증명하는 자료가 없다. 증거는 위안부들의 '증언' 뿐이지만 믿지 않는다'(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그동안 위안부 진실을 왜곡해 국민을 기만하고 세계를 속인 위안부 운동가, 정치가, 학자들의 미몽을 일깨우는 경종이 될 것'(김병헌 국사교과서연구소 소장) 등의 내용이 담긴 칼럼이 실려 있다.

국내에서 이처럼 위안부 피해자들을 폄하하는 발언들이 나오자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이냐? 보수언론은 왜 침묵하는가?"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였던 정복수 할머니가 별세했다. 이제 위안부 피해의 증인들은 15명이 남아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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