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 개최 논란, '성소수자 혐오' 표 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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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화축제' 개최 논란, '성소수자 혐오' 표 얻겠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2.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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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거부할 권리도 존중해야" 파장, 국민의힘 후보들 동참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성소수자 혐오, 배제 재확인 매년 되풀이"
안철수 예시한 美 샌프란시스코, 시청 광장에서 퍼레이드 개최
지난 2019년 열린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사진=뉴시스
지난 2019년 열린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18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TV토론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광장에서 매년 개최된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한다"며 사실상 개최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퀴어 퍼레이드 허가를 두고 예비후보들이 잇달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앞세워 표를 얻으려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TV토론 당시 안철수 대표는 "퀴어 퍼레이드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라는 금태섭 전 의원의 질문에 "당연히 차별에 반대하고 각 개인의 인권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한 뒤 "그렇지만 자기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인권도 굉장히 소중한 것이 아닌가. (퀴어 퍼레이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퀴어축제를 (중심에서 떨어진) 카스트로 스트리트에서 한다. 축제를 하는 분뿐만 아니라 축제를 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그 곳에서 본다. 퀴어축제를 광화문에서 하게 되면 자원해서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이를 데려오는 분들도 계시고 원하지 않으시는 분도 계신다. 그들의 권리도 존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성소수자 혐오'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안철수 대표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광화문 퀴어 퍼레이드를 보면 신체 노출이나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경우가 있었다. 성적 수위가 높은 축제가 도심에서 열리면 아동이나 청소년이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걸 걱정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있었기에 제가 미국 사례를 들어서 말씀드린 것처럼 축제 장소는 도심 이외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다는 말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가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도심 외곽에서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 대표가 결국 '성소수자 혐오'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그가 예로 든 '카스트로 스트리트 페어'는 시 중심가에서 벗어난 카스트로 거리에서 하지만 이 곳이 선출직 공직자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하비 밀크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의 선거구였고 샌프란시스코 성소수자 문화를 상징하는 거리였다는 점을 안 대표가 간과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매년 10월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가 시청 광장에서 열린다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19일 논평에서 "안철수 대표의 발언은 성소수자를 동료시민으로 보지 않는, 성소수자에 대한 공공연한 탄압이고 억압이었으며 대한민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왜 도심에서 열려야하는지 알지 못하는 절망적인 발언이다"라고 규정하면서 "서울시민의 평등한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보장해야할 서울시장에 출마한 후보가 오히려 성소수자 시민에 대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서울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마치 선택인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 안 대표는 각성하고 상처입은 성소수자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성소수자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의도도 그렇지 않고, 표현도 혐오스럽게 하지 않았잖은가? 이것을 혐오발언이라고 하면 무조건 색깔 칠하고 무조건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오히려 혐오발언이라면 문재인 대툥령이 후보 시절에 했던 '동성애 좋아하지 않습니다, 싫습니다'가 대표적이고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정치인의 혐오 발언 중 가장 심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더 가중시켰다.

한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차별은 금지해야하는 원칙에는 당연히 동의하지만 퀴어 축제가 서울광장이나 광화문 광장 인근 도심에서 하는 것 때문에 논쟁이 있는 것 같다. 서울시에는 이를 결정하는 기구가 있고 규정도 있으며 심의 사용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을 기준으로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문제지 시장 개인이 해도 된다,. 안 해도 된다고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나경원, 오세훈, 오신환, 조은희 등 국민의힘 후보들은 "광장에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퀴어 퍼레이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박영선, 우상호 예비후보는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23일 성명에서 "지금의 이슈가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혐오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 수준이 국제적 국가 위상에 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서울퀴어축제를 선거판의 정치적 제물로 삼지 말라"고 후보들에게 촉구했다.

위원회는 △서울광장이 신고제로 운영되기에 서울시장이 이해관계에 따라 광장 사용을 금지하거나 허가할 수 없고 △20년을 개최한 문화축제의 개최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은 축제의 역사를 무시하는 것이며 △'동성애를 반대할 권리', '동성애 축제를 안 볼 권리' 등을 말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혐오 재생산이라고 밝히면서 "축제 개최를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용도로 쓰는 것은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모든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며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행사를 두고 도시의 존망이 걸린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부족한 자질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선거 때마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부각이 되지만 결국 '혐오 조장'으로 마무리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치권이 성소수자의 권리 보호보다는 혐오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 성소수자에 부정적인 중도층의 표를 의식해 성소수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선거 때마다 고통을 겪는 일이 반복됐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 24일 제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퀴어인권운동가 김기홍씨가 자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SNS에 남긴 문장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보이지 않는 시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그 자체가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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