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노래만 불렀으니, 이제부터 춤을 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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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노래만 불렀으니, 이제부터 춤을 춰 보세요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21.03.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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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모든 분야에 걸쳐 나라의 장래는 온통 암울하다. 낙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와중에 놀라운 기록 하나, 우리나라 가계 빚이 1726조에 달한다는 한국은행 발표다. 치솟는 부동산, 증시과열로 특히나 젊은 층은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를 빌리면 ‘영끌.빚투’를 하며 두려움 없이 배팅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률 증가, 경기침체로 가계대출이 늘어난 요인도 크겠다.

전에는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이들 대부분이 증권시세를 들여다본다. 다들 장기적인 안목으로 삶을 사는 게 아닌 단기적인 결과물에 집중하는 세태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빚내서 투자 한다'는 풍조는 당장은 홀린 듯 몰두하지만, 항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삶이 어디 그리 간단하던가. 삶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욕망과 욕심의 절제와 정도를 걸으며 산다면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확률은 낮다. 

필자는 프랑스 시인이자 우화작가인 라퐁텐(1621~1695)이 남긴 오래된 우화집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읽노라면 동물을 의인화한 풍자가 마치 지혜와 교훈을 담은 맑은 샘물을 한 잔 마신 기분이 든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매미와 개미’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후일은 생각지 않고 나태하고 즐거움만 찾다 혹독한 겨울이 오면 비참한 현실에 직면하는 우매함을 해학적으로 들려준다. 

매미와 개미  -라퐁텐

매미는 여름에 온통 노래만 불렀기 때문에 겨울이 왔을 때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먹을 것이라곤 파리 한 마리, 작은 벌레 한 마리도 없었다.
매미는 이웃 개미가 사는 집에 배고픔을 호소하러 갔다.
새봄까지 연명할 얼마간의 곡식을 꾸어달라고 간청하러 간 것이다.
개미에게 말했다. “8월까지는 동물의 신의를 걸고 꼭 원금과 이자를 합쳐 갚겠어요.”
개미는 빌려주는 것이 내키지 않은 듯 매미에게 물었다. “여름에는 무엇을 했나요?”
매미가 말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래만 불렀어요. 당신이 듣기에는 좀 언짢았겠지만.....”
그러자 개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래를 불렀다구요? 그것 참 좋군요. 그럼 이제부턴 춤을 추어 보시지요.”

라퐁텐 우화에 등장하는 매미형 인간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사리 찾을 수 있다. 대가는 반드시 치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정부 여당은 어떤가. 모두가 나랏돈 펑펑 쓰고 보자는 듯하다. 다음세대가 필연적으로 짊어져야 할 빚더미는 알게 뭐냐는 식이다. 천문학적 가계 빚 증가에 이어 국가 채무는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내년에는 1000조원을 돌파한다. 2030년에는 2000조원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돈 풀기 바쁜 정부는 최대 28조 예산이 투입된다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 

오는 4. 7일 치러질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2022년은 차기 대선과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줄줄이 예정된 선거의 승리를 위해 선심성 돈 풀기는 앞으로도 얼마나 횡행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득할 지경이다. 집권당 정치인 중 누구 한 사람도 국가 재정 걱정과, 젊은 세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 그때그때 땜질용으로 지원금이니 푼돈 나눠줄 생각만 한다. 

현재 젊은 세대들은 건국 이래 가장 불행한 세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친 집값 상승에 일자리마저 불안한 상태로는 결혼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이다. 또한 젊은이들이 연금을 받을 시기가 되면 국민연금 기금은 완전히 고갈된다. 이대로라면 2057년이면 기금 고갈은 기정사실이다. 

그렇지만 180석 가까운 압도적 의석수를 가진 범여권 정치인 중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의원은 보이지 않는다. 임기 중반까지 높았던 대통령 지지율에 행정. 의회권력. 지방자치권력을 모두 장악한 집권당이 의지만 있었다면 국민연금 개혁만큼은 추진했어야 옳았다.

게다가 젊은 세대는 고령인구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 약 20년 후면 고령인구는 인구 3명 중 1명꼴이 된다. 돌봄과 의료비, 그에 따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노령인구 수발은 젊은이 몫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치권력을 움켜 쥔 586세대는 2030세대의 미래를 염두에 두기는 할까. 지금 상태로서는 86세대 천하는 적어도 10년은 가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뻔히 보이는 문제점을 언제까지 은폐할 수는 없을 것이다. 86세대 정치 권력자들의 80년대 머무르는 화석화된 이념,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 최대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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