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도, 장애인도 부담된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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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도, 장애인도 부담된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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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시범사업 실시에도 참여 의료기관, 등록장애인 '0%대'
의료기관 인센티브 미비, 장애인 자부담, 경증장애인 제외 등 문제
"대상 장애인 확대, 장애인 의료체계 고치는 노력 선행돼야"
뇌병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치과 진료. 사진=뉴시스
뇌병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치과 진료.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두 차례 시범사업으로 실시 중인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의료 서비스 사각지대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의료기관의 참여 저조, 경증장애인의 치료 문제 등이 나왔고 장애인 의료 체계 개편에 대한 노력 없이 제도만 도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018년 5월 보건복지부는 "중증장애인이 거주 지역 내 장애인 건강주치의로 등록한 의사 1명을 선택해 만성질환 또는 장애 관련 건강상태 등을 지속적, 포괄적으로 관리받도록 하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건강주치의 제도는 1~3급 중증장애인으로 만성질환 또는 장애로 인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이에게 제공되는 '일반건강관리'와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등 장애유형에 따라 전문관리를 받는 '주장애관리', 그리고 둘을 모두 받는 '통합관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장애인 치과 주치의 시범사업을 새로 실시하고, 기존 의과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내실화한 장애인 건강주치의 2단계 시범사업이 실시됐다. 장애인 치과 주치의 시범사업은 중증장애인이 주치의로 등록한 치과의사를 선택해 구강 건강상태를 지속적, 포괄적으로 관리받도록 한 제도다.

2단계 시범사업은 케어플랜 횟수를 늘리고, 비대면 환자관리 서비스 신설 및 방문진료수가를 개선해 참여유인을 강화했다. 포괄평가 및 건강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케어플랜을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비대면 상담을 통한 환자관리 서비스를 신설했으며 거동불편 등의 이유로 통원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방문진료 서비스 수가를 전해 12월부터 시행된 일차의료 왕진 시범사업의 왕진료 수준으로 인상했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건강 주치의는 살고 싶은 곳에서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구현을 위해 중요한 사업으로, 이를 통해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치과 주치의 시범사업을 통해 장애인 구강건강 개선 여부 등 성과를 평가해 사업의 전국 확대 및 개선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차례의 시범사업 실시에도 불구하고 제도 정립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장애계와 의료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국 중증장애인의 시범사업 신청자는 0.08%, 참여한 의료기관은 0.2%, 활동 중인 주치의는 0.08%에 불과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까지 등록된 중증장애인 수는 1408명으로 전체 중증장애인의 0.1%에 머물러 있다.

의료기관의 참여도 저조하다. 50개 이상이 설치된 곳은 서울과 경기도 단 두 곳이며, 제주도, 울산, 세종시에는 단 한 곳의 장애인 건강주치의 의료기관이 없다. 또 서울과 경기도 의료기관도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며, 장애친화 검진기관의 경우 2022년까지 100개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현재 운영 중인 곳은 7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장애인리더스포럼'에서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제도에 대해 △주장애관리와 일반건강관리 서비스 간의 연계 부족 △왕진 재택방문서비스의 내용, 범위 제한 △단독 개원 의원 진료, 다학제 진료에 대한 주치의의 여력 부족 △장애인 건강증진 위한 자원 연계 부족 △보건소 및 공공의료원의 인프라 부족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 미흡 등을 들었다. 

이 중 의료기관과 장애인 당사자들이 주치의 제도를 활용할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기관의 경우 중증장애인 치료가 어려워 진료 자체를 거부하는 예가 잦고 의원 등 1차 진료기관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검사기기 등이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많아 중증장애인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곳이 많다. 여기에 정부나 지자체가 이들 의료기관에게 주는 인센티브가 미미하다는 점이 의료기관들이 참여를 꺼리는 이유다.

또 장애인 당사자들의 경우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기보다는 치료는 물론 등록 및 수립 과정에서 10% 정도의 본인 자부담이 존재해 사실상 경제적 부담으로 신청을 포기하는 예가 나오고 있으며 의료기관을 찾아도 편의시설 등의 부재, 활동보조인 입장 불가 등으로 불편을 겪기에 당사자들이 이용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경증장애인들이 주치의 제도의 대상이 아니다보니 만성질환이나 장애로 인한 2차 질환 발생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장애인 건강 주치의 제도의 대상을 경증장애인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 의원은 "건강 주치의 제도의 대상을 중증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확대해 경증장애인의 건강을 증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장애계에서는 이번 법률안 개정을 시작으로 더 많은 장애인들의 건강권을 보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현 제도는 세팅 자체가 부족한 것이 많다. 충분한 예산과 계획, 의료 체계가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를 도입하니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이를 고치기 위한 첫 단계가 주치의 제도 대상의 확대"라고 밝히면서 "주치의 등록을 한 장애인은 부담금을 면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한데 아직 정부나 지자체가 장애인 의료체계를 고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애 친화적인 의료기관이 많아져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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