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꼼짝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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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꼼짝 마!!”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3.0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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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하다고 다들 야단쳤던 8살 아이, 그 아이가 자라서 만든 것이 뮤지컬 '캣츠'의 춤입니다. 20세기 위대한 안무가로 불리는 질리언 린 이야기입니다. 사진=에스앤코
산만하다고 다들 야단쳤던 8살 아이, 그 아이가 자라서 만든 것이 뮤지컬 '캣츠'의 춤입니다. 20세기 위대한 안무가로 불리는 질리언 린 이야기입니다. 사진=에스앤코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꼼짝 말라‘고 하는 말은 칼 든 강도가 돈 빼앗을 때 자기 고객에게 내리는 명령으로 주로 사용하는데요, 신성한 교회 안에서도 이 말이 예사롭게 쓰인 걸 봤습니다.

장로이신 지인이 자기 교회 특수부 예배 때 절 불렀습니다. 특수부는 검찰에만 있는 부서가 아니더군요. 제가 남보다 아주 조금 더 잘하는 게 하나 있는데, 마술입니다. 마술이요! 하하! 특수부 아이들 상대로 마술을 하면서 장내를 즐겁게 만들어보라는 주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대형교회 특수부는 ADHD(산만 증후군)가 있는 아이들 반이었습니다. 30여명 아이들에게 1학1선, 같은 수의 선생님들이 붙어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계속 “꼼짝 마”라고 외치더군요. 아이들의 정도가 심해서 제가 보기에도 묶어둬야 할 정도인 것 같더라고요.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도 문제를 안고 있는 8살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그 아이는 얼마나 산만한지 교실을 마구 뛰어다니고 떠드는 건 물론이고 숙제를 해오지 않고 성적은 늘 꼴찌였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몇 번이고 야단을 치고 얼러 보았지만 소용이 없어 급기야 부모님을 소환했습니다. “저는 이 아이를 가르칠 수 없겠네요. 특수학교에 보내세요.” 조마조마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어머니는 그러마고 대답하고 아이를 심리상담사에게 데리고 갔습니다.

상담사는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들은 뒤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엄마랑 잠시 할 이야기가 있구나. 옆방에서 잠시 기다려주겠니? 거기서 뭘 해도 좋아.” 상담사와 어머니는 마침 경쾌한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 소리를 크게 높인 뒤 작은 틈새로 옆방의 아이를 관찰했습니다.

아, 그런데 말이죠.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가 음악에 맞춰 아주 예쁘고 우아하게 춤을 추는 게 아니겠습니까! 요즘 걸그룹 아이들의 춤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요.

“부인, 이 아이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춤에 재능이 있어 움직이고 싶었던 것이지요. 꼼짝 말고 가만히 있으라 하는 것이 아이에게 오히려 고통을 준 것이지요.”

아이는 음악이 끝나자 춤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후 그 아이는 집에서나 학교에서 매일매일 춤을 출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이자 안무가로 꼽히는 질리언 린(Gilian Lynne)입니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같은 대형 뮤지컬의 춤이 모두 질리언 린의 작품입니다. 3년 전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죠.

저 유명한 스티브 잡스도 산만증후군으로 핀잔을 자주 듣고 자란 모양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떠들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는 명령 말고 다른 격려의 말을 듣게 되자 그의 재능은 일취월장했다고 하는군요.

이것도 우와~ 하고 놀랄 일입니다. 좀 반대의 경우입니다. ‘워린 버핏’이 누굽니까. 그도 언어치료를 받은 이후 차츰 말솜씨가 늘었다고 합니다.
지극히 소심했던 워린 버핏은 여자 앞에만 서면 고장 난 경운기처럼 덜덜덜 떨다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도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장점의 징후가 정신없이 떠드는 것이나 마구 움직이는 것으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니 ‘꼼짝 마’라고 제지만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강도가요, “쉬잇! 꼼짝 마!!”이러면 말이죠, 말해야 합니다. “강도님, 제가 꼼짝 않고 어떻게 돈을 꺼냅니까? 그리고 입을 다물면 잘 가시라는 인사는 또 어떻게 해요? 절 말하고 움직이게 해주세요.”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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