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퇴색시킨 정치권의 날선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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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퇴색시킨 정치권의 날선 발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0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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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박원순 두둔 발언' 박영선 '사과'에 야권 비판
안철수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쫓아내라" 여성 정치인 폄훼 논란
여성 공약 내세웠지만 정쟁 속 '진정성' 의심받아
지난 8일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열린 3.8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3월 8일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유엔에서 정한 기념일인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하지만 이 날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이에 대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사과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고 '여성 정치인 폄훼' 논란성 발언이 나오는 등 정쟁으로 일관하며 '여성의 날'을 퇴색시킨 모습을 보여줬다.

시작은 지난 7일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기자회견이었다. 이날 김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의 가장 큰 과는 성희롱에 대해 본인의 흠결이 있었다 하더라도 아무런 설명이나 해명 없이 황망하게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에 의한 명예 살인, 검찰과 사법부에 의한 인격 살인을 우리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가해자, 피해자의 프레임에 특정한 성, 특정한 사람을 가두어서도 안된다"며 박원순 전 시장을 두둔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후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 캠프에서 가진 '여성 정책 브리핑'에서 "피해 여성에게 다시 한번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 피해자 분께서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오실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21분 컴팩트 도시 서울에서는 여성이 안심하고 생활하고 출산, 보육의 부담을 없애서 언제든지 원하면 일할 수 있게 하겠다"며 돌봄 노동자 차별금지 조례 제정, 성평등임금공시제 확대 시행 등 여성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자 8일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김진애 후보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을 '실수', '흠결'이라고 두둔한 발언을 쏟아냈다.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며 지자체장 성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로서 자격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김 후보를 저격했다. 

또 박영선 후보를 향해서도 조 대변인은 "단 두 문장으로 끝난 사과였고 성추행이라는 말은 제대로 명시조차 되지 못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이라는 말로 회피하기에 바빴다. 여성의 날을 맞이해 여성정책은 발표해야겠고, 사과하기엔 애매하니 어물쩡 넘어가려는 것인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기에 앞서 무엇 때문에 사과하려는지부터 명확히 성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으로 인해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은 일제히 박영선 후보의 사과를 '의도적'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SNS를 통해 "출마 선언 이후 40여일만에 나온, 늦어도 너무 늦은 사과다.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여성 공약을 발표하다보니 부득북 구색 맞추기가 필요했던 것이냐. 저와 안철수 후보 누구든 야권 단일 후보가 박 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행여 압박을 느껴 급하게 사과를 한 것이라면 자충수"라고 비판했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진정성 없는 사과에 분노한다. 진정으로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다면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 출마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말하면서 "양심이 있으면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했던)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을 캠프에서 쫓아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은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사건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표했고, 박 후보도 오늘 역시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진정성 없는 사과에 분노한다'며 정쟁화에만 골몰했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피해자를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안철수 후보가 '여성 정치인 3인을 쫓아내야한다'는 발언은 '여성 정치인 폄훼'라는 역공격을 받았다. 정춘숙 의원은 "여성 인권을 고민하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여성을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제정된 여성의 날에 타 정당 여성 정치인들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무례한 발언"이라고 비판하면서 "안철수 대표는 정쟁의 수단이 아닌 정책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야 말로 정치인의 본분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수진(서울 동작을) 민주당 의원은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 의원들을 캠프에서 쫓아내라는 격한 말을 안 후보가 쏟아냈다. 여성의 날, 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여성의원들에게 '인격 모독성' 발언을 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기보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면서 "안철수 대표의 발언은 또 다른 폭력"이라고 못박았다.

박영선 후보는 8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안 후보로부터 여성의 날에 '쫓아내라'는 가부장적인 여성비하 발언을 듣고 몹시 우울했다. 이 땅의 여성들은 아직도 누군가로부터의 명령에 복종해야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반문했다. 오세훈 후보도 언론을 통해 몇 차례 사과한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박영선을 공격한다"면서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 남성 두 후보에게 묻는다. 우리는 언제 서울의 미래에 관한 건전한 정책토론을 하며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요?"라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오세훈 후보는 국공립어린이집 비율 50% 달성, 야간보육시설 확대, 경력단절 여성들 일자리 찾기 프로그램 강화 등이 포함된 '여성행복(여행) 2.0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며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 공무원 성범죄 '원스트라이크 아웃', 인공지능형 CCTV·SOS 앱 보급 등의 여성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약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알리고 실천을 약속하는 모습이 아니라 여성의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심지어 폄훼 논란이 나올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후보들이 여성의 삶의 변화보다는 당장의 표에만 혈안이 됐다는 우려를 떨쳐낼 수 없는 것은 물론 정치권이 여성의 삶에 관심이 있는가라는 진정성을 의심받게 한 2021년 세계 여성의 날의 모습이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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