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적정임금제', 도입 의지 의심받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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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 적정임금제', 도입 의지 의심받는 정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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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도입방안' 나왔지만 3월 일자리위 본회의 안건 제외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이견 영향, 자칫 통과되지 않을 수도
노동계 "3년이나 시간 끌어, 제도 없애려는 의심 든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건설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노동자의 임금이 깎이는 일이 없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보장하는 '건설노동자 적정임금제'가 표류하고 있다. 노동계는 적정임금제를 하루 속히 도입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오는 26일 열리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본회의 안건에도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제도 시행의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적정임금제는 다단계 도급 과정에서 저가경쟁과 반장 등의 중간착취로 인해 노동자들의 임금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로 공공발주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정부가 적정노무비를 정하고 발주처는 적정노무비 이상의 금액을 공시금액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다단계 구조에서 일감수주, 원가 절감 등을 위해 건설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노무비가 과도하게 삭감되는 상황이 나오고 이로 인한 실질임금 하락은 건설현장의 신규 내국인력 유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와 숙련인력 양성이 어려워지는 이유가 됐다.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2017년 건설현장의 적정임금 도입을 위한 '건설일자리 개선대책', 2019년 '건설일자리 지원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고 일자리위원회 건설TF는 2년간의 공공건설공사에서 적정임금 제도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지난 1월 '건설현장 적정임금제도 도입방안'을 논의하고 의결했다.

또 국회에서는 건설노동자의 적정 수준 임금 지급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하고 고용노동부부와 국토교통부가 협의해 적정 수준의 노무비를 건설노동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과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는 질좋은 일자리 창출과 청년 인력 유입을 통한 건설 현장 고령화 완화 등을 목적으로 한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됐다.

그러나 오는 26일에 열릴 예정인 일자리위 본회의에 건설 적정임금제 도입 방안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TF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지난 도입방안 의결 과정에서 기재부와 고용노동부가 실무 사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시간이 지체되는 진통을 겪은 영향이 이번 본회의 상정 안건조차 되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건으로 상정되면 바로 통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상정이 되지 않았기에 자칫 4월 본회의에마저 상정이 되지 않을 경우 대선 체제로 가면서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일자리위원회 본회의 안건으로 아직 상정되지 않아 적정임금 제도 도입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3년을 논의하고 시범사업까지 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준비해야하는가? 차일피일 시간만 끌다가 제도 도입 자체를 없던 일로 하려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적정임금 제도 도입은 동의하나, 시행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변명은 건설노동자들에게는 희망고문이 될 뿐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는 지난 2월 고용노동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적정임금제에 대한 전문건설업계 의견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적정임금제는 자유로운 근로계약 작성 및 시장경제질서에 위배되며 불법 외국인력이 증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일당 단가를 임의로 상향하는 방식보다는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확보해 주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며 근로자의 임금 인상은 사업주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기에 현행 제도와 연계해 시공능력평가 또는 적격심사 시 우대하는 등 인센티브 혜택을 제공해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해야한다"며 적정임금제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적정임금제는 건설노동을 청년들이 선호할 수 있는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합심해서 만들어낸 제도"라면서 "이미 2017년부터 발표가 됐고 시범사업도 진행된 사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부가 제도를 도입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원칙대로 시행을 먼저하고 문제점이 생기면 고쳐나가면서 진행을 해야지, 샛길로 자꾸 가려는 것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할 주체로서의 역할이 부족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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