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 이들이 코로나 감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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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 이들이 코로나 감염원?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1.03.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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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행정명령 "모든 외국인 노동자 검사 받을 것"
'인권침해' 비판에 철회하는 지자체 나와 "고위험군 중심 변경"
인권단체 "열악한 노동 환경 개선 먼저, 고용허가제 폐지"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선 외국인 노동자들. 사진=뉴시스
선별진료소 앞에 줄을 선 외국인 노동자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 행정명령을 내린 것을 두고 '인권침해',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진단검사 기피, 열악한 노동 환경 등으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취약 등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코로나를 옮긴다'는 차별 의식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부에서도 우려를 표했고 이에 따라 이를 철회하는 지자체들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전수검사는 지난 8일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 인천, 강원, 전남, 경북 등에서 잇달아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올 3월을 전후해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기숙사 등에서 코로나 확진이 계속되자 각 지자체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발표했다. 

처분 기간과 구체적 내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지자체 행정명령에는 '1인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를 대상으로 '미등록된 노동자와 사업주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일정 기간 안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감염 발생 시 방역비용을 포함한 모든 비용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자체들은 선제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찾아내고 그에 따른 대책을 추가적으로 내세우며 코로나 방역에 앞장서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행정명령은 '인권침해'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지자체는 "외국인 확진자 증가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경기도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외국인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권침해 논란의 불이 붙었다.

인권단체들은 지난 19일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강제 출국 위협 제거, 주거와 노동의 권리 보장 등 당장의 감염 확산과 근본적인 감염 취약성을 개선하는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검진만이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말하고 불법체류 외국인도 안심하고 검사받으라는 이야기를 (지자체가) 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피부색이나 출신 국가에 따라 서로 다른 위험성을 가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일정한 시기에 일괄적으로' 검사를 받아야한다는 행정명령은 바이러스의 확산과 확진자 증가세의 원인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겠다는 의지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자체의 행정명령이 '차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영애 인권위 위원장은 지난 19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성명에서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사회 통합 및 연대, 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한 혐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적인 관념과 태도가 생산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자체의 행정명령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외국인 의무검사 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경기도는 '검사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만 채용한다'는 행정명령을 취소했다. 또 서울시는 "(행정명령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검사 권고'로 변경한다"면서 "3밀(밀집·밀접·밀폐)의 근무 환경에 있는 고위험 사업장 외국인 노동자들은 31일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일제검사 방식은 여러 논란이 있다"면서 "작업환경 자체가 지나치게 밀집돼 있고 외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감염 확산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등의 감염 확산 정도와 작업장 취약 정도를 고려해 고위험군 중심으로 적절하게 검사할 것을 (지자체에)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감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시행한 것은 검사 방법의 한계로 인해 거짓 양성, 음성을 양산할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며 무엇보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 환경 등 코로나가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를 모두 '감염됐을 것'이라고 의심부터 한 것이 이번 행정명령으로 나타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인권단체들은 "정말로 외국인 노동자 집단 감염을 방지하고 싶다면 외국인 노동자가 강요받는 열악한 노동 환경과 거주 시설을 즉시 개선하고, 무엇보다 노동자로 하여금 진단검사를 기피하거나 열악한 환경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해 '미등록=불법'이라는 공식을 깨뜨려나가야한다. 중대본은 방역을 핑계로 차별과 혐오를 확산하는 각 지자체 행정명령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발표하고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방역 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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