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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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3.2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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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어렸을 때, 이 질문 누구나 받았을 거고 나이 들어선 했을 겁니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묻는 사람은 재미로 킥킥대며 하지만 아이 입장에선 참 괴로운 문제입니다.

가뜩이나 선택이 어려운데, 그것도 은연중 시간제한까지 걸려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어느 한쪽으로부터 야단을 맞을 것 같아 순간적 갈등이 심해지죠. 출제자는 부담이 없지만 시험에 임하는 아이는 결국 천진난만성을 잃습니다. 그래야 보신(?)이 편해지거든요.

더 어려운 문제가 바로 엊그제 서울 시민 3,200명에게도 출제되었습니다. 차라리 "네게 젖주고 귀여워해줄 엄마가 좋니, 사탕이랑 장난감 사다 줄 아빠가 좋니?" 하는 거였음 “에라~ 그래도 인간적으로 엄마에게 한 표다!” 또는 “엄마에게 나중에 양해 구하면 되고 실리로 가자. 아빠를 지지한다!” 둘 중 하나 선택에 쉽게 이르렀을 텐데요, “서울시장으로 오나 안 중 누가 좋겠어요?”와 “박과 맞장 뜰 때 안 or 오 누가 낫겠어요?”라 물었다 하니, 생각이 실로 간단치 않았을 겁니다.

조금 전 뉴스에 O가 A를 눌렀다고 나오네요. (누가 어느 정도 차이로 이겼을까? 질문 문항 탓에 손해나 이익 본 사람 없을까...? -오직 내 생각) 전 천만다행 서울시민 3만 2천명 안에 들어가지 않아서 그 ‘어려운 질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마음 무지 여리고 여린 전 엄청난 고민했을 거거든요.

‘아, 내가 그를 말하지 않았다고 다른 그가 얼마나 섭섭해 할까?’
‘전에 이 사람을 미워한 적이 있으니, 이번엔 능력 말고 그냥 한 표 주자.’
‘이 사람 말해 더 일 잘하는 다른 당 후보에게 치명적 결과 주지 않을까?’
‘저 사람 말하면 괜히 일도 못하는 다른 당 후보 어부지리를 주는 거..,?’

때로 뭘 묻는다는 건 잔인하기 마련입니다. ‘엄마아빠’ 문제가 그렇습니다. 후폭풍이 두려워 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상당수 아이들은 결국 울어버리기도 합니다. 

개중에 머리 잘 도는 아이들은 “둘 다 좋아요.”, “둘 다 싫어요.”등의 양시(兩是) 양비(兩非)의 기가 막힌 선택을 합니다만(나중에 이 넘들 정치인 됩니다 ㅋㅋ),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리 현명하지 못합니다. 아직은요!

난이도 엄청 높은 ‘사람 선택’ 버전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마을 노인이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문제라고 합니다. “사냥 중에 원숭이를 발견해 총을 쏘려는데, 원숭이가 물어 ‘얌마, 날 쏘면 네 어머니가 죽고 날 쏘지 않으면 네 아버지가 죽을 거야. 쏠 거야 말 거야?’라고 해. 이때 어떡할래?” (그 동네 노인네들 왜 이딴 괴이한 질문을 하지...?)

나중에 수능 상위권 성적 받을 애들은 이 부담스런 문제에 경쾌히 답한답니다. “이 세상에 말하는 원숭이가 어딨어요! 난 그냥 쏩니다.”

따지고 보면 흑백논리의 대표라고도 할 수 있어 뭘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통상 ‘우매한 유권자’라 표현) 조기에 이상한 논리를 가르치는 꼴이 되고 말지요. 어찌하지 못하는 고육책...? 머리 아주 좋은 그 정치인들이 그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한 사정이 있는 거겠죠.

제 얘기는 늘 정치와는 무관합니다. 질문이라는 것이 묻는 쪽은 명백한 목적이 있지만 반대로 답변하는 쪽은 일순간 무심코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응대했다가 나중에 피해를 옴팍 쓸 수도 있으니, 누가 뭘 물어보면 늘 대답에 신경 쓰자 뭐, 그런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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