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말허리 자르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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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말허리 자르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1.03.3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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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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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부처께서 왕사성 투어 중 비구들의 세미나 참관하신 이야기. 그 지역 주택보급 문제나 그린벨트 해제 어쩌고 건은 아니었고, 모임의 운영 관련 의제를 토의하는 자리였던 모양입니다. 회장 새로 뽑거나 회계부정 따지는 자리가 아니어서 살벌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비구가 부처의 가르치심을 앞세워 주장을 격렬하게 펴자 참석자 중 질다라상자(質多羅象子)라는 비구가 중간에 자주 손을 들며 할 말 있다며 연사의 말을 저지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비구들이 외치길 “앞말말!!”라 했습니다. 수천 년 전에 그들은 이미 요즘 우리 식의 준말로 “앞질러 말하지 말라”라 했던 것이죠.

그래서 그 비구가 바로 말을 중단했을까요?

이번엔 같은 당 아니 절친들의 지원사격을 받았습니다. “지질말말말!” 이건 ‘지혜 높은 질다라상자에게 말을 말라고 말하지 말라’의 준말입니다.

세미나장에 소란이 일자 MC를 보던 대구치라가 점잖게 일렀습니다. “질 패널은 다른 출연자들이 법과 우리 사부 부처님 가르침을 말할 때, 중간에서 말허리 자르지 말라!”

이 이야기는 부처님 강의록 지리미미경 챕터11에 나온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읽어 내용 파악한 건 아니고, 우리 스피치포럼 회원인 무상법현 스님이 알려준 겁니다.

말허리 팍 자르고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사람들을 보면요, 우선 아는 것과 경험이 많아 그 틈이 잘 보이는지 아주 쏙 끼어듭니다. 상대가 자기가 알고 있거나 믿는 대로 말하지 않으면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훈수방식으로 대번에 끼어듭니다.

서울시장 후보가 A 등 중도 사퇴한 사람 빼고도 12명에 이르는데, 사실 유력인 2사람만 보입니다. 나머지 10인은 찍소리할 기회도 없습니다. 당선 다툴 2명은 다른 거 놔두고라도 우선 말의 명조련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말만 잘 조련하면 될 텐데, 상대가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말도 따끔하게 훈련시켜 자기 말 잘 듣게 만들려 한다는 겁니다.

시청률 높은 메이저 방송사서 이들에게 1대1 토론을 시키는데, 그냥 놔두면 야생마 날뛰듯 할 것 같아 명사회자에게 고삐를 잡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의 말은 전조증상 전혀 없이 바로 거칠게 뛰어대는 습관이 나와서 고삐 아니라 채찍도 무색합니다.

위 2인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당신 그거 나빠요. 자격 없어요. 왜냐하면...” 후속 설명 나오기도 전에 “그렇게 말하려 드는 것은 틀렸어요. 사실은 이러쿵저러쿵 요래조래 하거든요.” 이미 전열을 잔뜩 가다듬어놓은지라 두더지 머리 때리는 망치 같은 것이 바로 튀어나옵니다. 

그러다 보면 본질은 저만큼 갑니다. 달 얘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달 가리키는 손톱이 기니 짧니 한다니까요.
“제가 묻는 시간입니다. 말 끝나기 전에 왜 깜빡이도 안 켜고 끼어드세요?”  
“지금 말하지 않으면 사실과 다른 말을 할 거 같아 그렇습니다.”
이야기가 결론은커녕 진척도 되지 못하고 그 자리서 맴돌고 맙니다.

군대 숙영지의 밤. 귀뚜라미가 아무리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도 코끼리, 말, 탱크, 나팔, 북, 징, 사이렌, 지휘관 고함소리가 끼어들면, 양측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좋은 말’은 끝내 묻히고 맙니다.

말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압니다. 말허리 댕강 자르면 얼마나 아프겠어요?!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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