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나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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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나오는 방법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1.04.2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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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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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김상진이란 가수가 있었다. 남자치곤 목소리가 여성스러웠다. 그의 대표작 ‘이정표 없는 거리’는 삶의 방향을 어디로 정해야 하는지 망설임이 가득찬 노래다.

“이리 가면 고향이요 저리 가면 타향인데 ~ 이정표 없는 거리 헤매 도는 삼거리길 ~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 세 갈래길 삼거리에 비가 내린다 ~”

이정표(里程標)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얻는다. 처음엔 부모거나 형제이겠고 두 번째는 스승일 경우가 많다. 그 다음은 선배나 친구 또는 후배도 되겠다. 그러나 사실은 자기 자신이 이정표다. 어떤 일이나 목적을 마련할 때 실제로는 자신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삼거리길에 이정표가 보이면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망설이지만 결국 자신이 방향을 찾아 걸어가는 것이다.

시끄러운 시장통을 포기하고 산으로 들어가 도를 닦고 있으나 마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마음이 그대로 시장통이기 때문이다. 그는 주어진 지식과 관념과 에고에 대한 집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다. 끊임없이 욕망하는 마음은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만족을 모른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까워 버릴 줄을 모른다. 탐욕은 쓰레기처럼 쌓여간다. 이래서는 안된다. 그래서 거기서 멈추고 돌이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에서 ‘차라리 돌아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원점으로 돌아가면 영시다. 영시에서 다시 1시, 2시, 3시, 4시로 가다보면 새벽을 만난다. 그 새벽은 안개가 짙을 수도 있고 별이 반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안개는 해가 뜨면서 걷히기 마련이고 별은 새로운 이정표다.

미혹되지 않고, 근심하지 않으며, 두려워 말고 이정표 앞에 서서는 만족하라. 존재계의 현재성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이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라. 그리고 욕망을 억누른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물들인 천을 펼치듯 한다’ 생각하라. 욕망은 억누르면 언젠가는 더 크게 튀어 오르기 때문이다. 무욕이 지혜다. 무욕은 만족의 상태, 늘 통체적(通體的)으로 만족한 상태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그렇게 만족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문제점을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걸 내 것(業)이라 생각하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정중선(靜中禪) 보다 요중선(搖中禪) 이라 했다. 조용한 곳에서는 마음을 닦기가 쉽다. 그러나 시장통처럼 떠들썩한 곳에서 마음을 닦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마음 닦음이다. 산으로 들어가도 마음이 늘 시장통에 있으면 갈등과 분노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감옥’이다. 감옥에 있으면서도 세상 일을 잊지 않으면 그 고통은 더욱 커진다. 잊고 지내라. 그러다보면 세상 밖으로 나와 있을 것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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