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일상의 편의보장, 장애인들에게 시급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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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일상의 편의보장, 장애인들에게 시급한 문제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1.04.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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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에 표기된 점자들이 모두 ‘음료’라고만 되어 있어 음료수의 종류나 이름을 알 수 없다. 사진=한국점자도서관
음료수에 표기된 점자들이 모두 ‘음료’라고만 되어 있어 음료수의 종류나 이름을 알 수 없다. 사진=한국점자도서관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주 장애인단체들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법’(약칭)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률은 근린생활시설에서 300㎡(제곱미터)이하 규모의 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지체장애인 등이 집 편의점이나 식당 등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생활권에서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것은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불편은 조금 다르다. 편의점의 경우 내부 공간의 구조나 물품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만이 아니라 물품을 고르기 어렵다는 문제도 크다. 손에 잡히는 물품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려워서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샀지만 어떤 맥주인지 모른 채, 집어든 김밥이 어떤 종류인지 모른 채 사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품의 이름 등을 식별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아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하면서 점자표기 제도를 도입했던 바가 있다.

하지만 개정된 내용은 의무사항도 아니고 업체들의 인식도 낮아 물품에 점자를 표기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다 시각장애인들의 점자표기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는 등 문제가 되면서 음료수 등에 점자를 표기해왔다. 

이러한 점자표기는 몇몇 상품에 한정되었고, 형식에 그친 경우도 있었다. 점자를 표기했지만 상품명 등은 표기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모든 맥주에 ‘맥주’라는 점자를, 음료수에는 모두 ‘음료수’라고 표기했지만 정작 상표명이 없어 어떤 맥주인지, 음료수인지 시각장애인들이 구분하기 어려웠다.

식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의약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9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의약품의 점자표기 여부를 조사한 바가 있다. 일반의약품(국내제조 및 수입품)과 안전상비약품 가운데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58개의 의약품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결과 58개 제품 가운데 16개(27.6%)의 의약품에만 점자표기가 있었다.

표기된 점자도 점자규격에 맞지 않은 경우들이 있었다. 점자표기가 된  32개 의약품 가운데 바르게 표기되어 읽는데 어려움이 없는 경우는 11개뿐이었다. 21개 의약품은 점자의 높이가 낮거나 간격이 좁은 등 규격이 맞지 않았다. 이런 경우 점자를 읽지 못하거나 읽히더라도 어려움을 겪는다.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도 많다. 본인이 원하는 의약품을 사지 못하거나 복용방법을 잘못 알고 약을 잘못 복용하거나 오남용하는 경우도 있다. 간혹 소통이 제대로 안 되어 엉뚱한 의약품을 사는 경우다. 한 청각장애인이 소화제를 사러갔는데 약사와 의사소통이 잘못되어 관장약을 먹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있다.  

장애인들이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한 이유는 일상에서 편의보장이 안 되어서이다. 일상에서의 편의가 보장되지 않으면서 다른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난센스다. 시각이나 청각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자유롭게 고를 권리, 안전하게 의약품을 사용할 권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따라서 이제는 장애인 편의시설 정책도 일상의 접근환경 개선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생활용품이나 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법률의 개정도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들의 상품이나 의약품 선택의 정책도 폭넓은 관점을 가져야 한다. 상품을 고르는 문제를 넘어서서 정보권과 소통권의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오늘(20일)은 제41회 장애인의 날이다. 오늘 하루 장애인들에게 휴식이나 즐거움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에 그친다면 장애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생활권의 시설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부터 고쳐져야 한다. 자유롭게 상품을 고르고,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날을 맞으며 정부가 손을 대야할 지점들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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